수학교육이 달라진다. 지난달 10일 교과부가 발표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은 공식을 외우는데 급급한 문제풀이 위주 방식에서 사고력과 창의력 향상을 요구하는 과정으로 수학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는 수학교육 방법으로 가장 각광 받는 것은 무엇일까. 수학적 창의성과 논리력 향상을 위한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역시 ‘독서’를 최고의 수단으로 꼽는다. 조달현 경기 광동고 교사는 “통합교과형 수리논술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적인 교육과정에 있는 개념을 이해한 뒤 교과서 밖에 있는 경제, 과학, 환경, 역사 등 제반사항들과 확장해 연결하는 작업”이라며 “다양한 배경지식을 습득해야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학자 에피소드, 역사적 맥락 등 통해 흥미 부여
학습자‧삶‧눈높이 맞춤형 3단계 수업환경 중요
■ 호기심 끌기=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2차 곡선의 성질을 응용한 포물경과 정밀한 투척기는 아이들로부터 수학을 접하는데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다. ‘우리겨레수학 이야기’라는 책에서 발견한 홍정하와 하국주의 대결은 다항방정식에 대한 모범사례가 될 수 있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한국인의 뛰어난 수학실력에 대한 자부심을 통해 학습동기를 만들어 준다. 가스파르 몽주나 라그랑주와 같은 수학자들의 삶을 통해 프랑스 대혁명을 비롯한 사회의 변화와 시대적 사상에 대해 수학자들이 이바지 해 온 색다른 사실을 알게 해 주고 카르다노와 타르탈리아, 뉴튼과 라이프니츠 등의 논쟁도 매우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면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고 이는 곧 탄탄한 논리력으로 연결된다.
■ 3단계 모형=핀란드를 비롯한 성공한 교육의 모델로 제시되는 ‘프레네 교육’과 같이 우리가 꿈꾸는 좋은 수업의 상(像)은 ‘학습자 주도의 수업,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수업, 자신의 삶과 연관된 내용의 수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으로 아래와 같이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 프로젝트형 수업모형: 학생 스스로 주제에 맞춰 진도를 계획하고 협력적으로 조사와 정리, 발표와 평가로 수업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자료를 제공해 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학생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은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교재가 되며 다른 학생들의 자료도 비슷한 눈높이의 흥미 있는 교재로 상생하게 된다. 한 학기에 1~2회가 적절하다.
• 수업환경: 학생들의 특성과 학교의 교육방향에 부합할 수 있도록 수학교실을 설계한다. 수학 관련 도서의 영역별 확충, 교구 구입 및 제작을 통한 체험학습 확대, 스터디룸 제공, 온․오프라인 전산망 구축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 탐방활동: 탐방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동적인 학습력을 기를 수 있다. 과학관이나 발표회와 같은 갖추어진 학습장을 찾아 얻고자하는 정보를 위해 철저한 조사를 한다. 보고서 작성을 마친 후 발표와 토론을 통해 학생들 간에 더 많은 정보와 판단을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수학수업 독서연계 교육 사례
•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는 논제 선정=선수학습이 잘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모두 고르게 참여하는 활발한 토론을 위해서는 다양한 답들이 존재하는 논제가 제시되어야 한다. 무한등비급수의 수렴형태를 설명하고 예를 들어보자. 이 경우 ‘무한등비급수와 부분수열의 무한합’이라는 답변이 나올 수 있고 (는 상수) 와 같이 또 다른 형태도 제시될 수 있다. 나올 수 있는 사례가 수없이 많아질 수 있어 누구라도 새로운 답을 제시하며 토론참여가 가능하다.
좋은 예1) 무한등비급수의 수렴형태를 설명하고 예는 무엇인가?
나쁜 예1) 무한등비급수가 수렴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토론이 몇 차례 진행되고 어느 정도 책 읽기도 병행된 후에는 토론의 주제를 학생 스스로가 정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무엇이 이해되지 않는지, 어떤 점이 핵심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스스로 선정한 주제에 훨씬 더 많은 애착을 가지기 마련이다. 교사도 주제를 선정하는 토론을 지켜보며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설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다.
• 교사의 개입 최소화=학생의 의견에 많은 오류가 있을지라도 교사는 학생 스스로가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기다려야 한다. 논점을 심각하게 벗어날 경우 잠깐의 교통정리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 시 다음 시간의 과제로 넘기더라도 학생들 간에 토론과 연구를 통해 풀어나가도록 해야한다. 최소 5회를 넘어서면 그들만의 리더에 의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홍운탁월법=동양화법 중 하나로 형체를 나타내지 않고 드러내는 방법으로 ‘홍운탁월법(烘雲託月法)’이 있다. 수묵(水墨)으로 달을 그리고자 할 때 달은 남겨둔 채 나머지 부분을 채색하는 원리다. 수학의 토론수업도 이처럼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계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도전과 같다. 한꺼번에 다 드러내면 보이는 것만 생각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간접적으로 설명하면 학생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키울 수 있다.
• 게임을 통한 원리 찾기=각종 체험활동을 통해 원리를 체득할 수 있다. 수준별 학습지를 나눠주고 모둠별로 협동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그래픽) 활동적인 과제를 부여할 때 소외되거나 방관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 편성 등 준비 단계부터 각별히 신경써야한다. 또 지나치게 산만해지지 않도록 주의사항을 숙지시키고 활동시간을 정해 놓는다. 교사가 미리 원리를 설명하면 흥미도가 떨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한다. 또 핵심요약(3점), 가장 먼저 해결(3점), 교과서 내 보편적인 예(1점), 일반사례(2점), 기발하고 창의적인 예(3점) 등과 같이 발표 시 부가점수 기준을 정하는 것도 학습욕구를 높일 수 있다.
투시‧원근‧여론조사… “다 수학 아닙니까”
▨ 조달현 교사의 삶 연계 창의수학 지도법
경기 남양주 광동고 조달현 교사(40․사진)는 “수학 과정이 제대로만 녹여진다면 민주시민의 기본소양을 갖추는데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입시부담이 큰 고교 수업일지라도 단원 당 2시간 정도를 할애해 잘만 활용한다면 수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사가 말하는 삶과 연계한 창의적 수학교육법을 들어봤다.
- 독서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궁리 끝에 수학사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나 유명한 수학자들의 실화를 토대로 한 독서내용을 도입해 아이들 생각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주고 싶었다.”
- 수학과 연계한 독서교육의 효과는 무엇인가.
“막연한 수학학습보다는 각 단원별 학습목적을 분명하게끔 만들어준다. 실제 운영해본 결과 학습능력이 부진한 아이들에게 더 높은 호응과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수학만큼 우리의 삶과 밀접한 과목은 없다. 예를 들어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미술 과목의 ‘투시도’, ‘원근법’ 등도 수학적 접근을 통해 풀어낼 수 있고 선거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수학의 ‘확률’, ‘통계’를 통해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민주시민의 기본소양을 갖추는데도 수학과정이 제대로만 녹여진다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 가장 중요한 과정을 꼽는다면.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완벽한 준비를 통해 학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사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깃거리를 대입하면서 시간을 점차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가장 적합한 자료를 발췌하는 것이 효과와 아이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빡빡한 자료의 정독은 자칫 지루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진도에 대한 부담은.
“고교수학은 1단원 당 20시간 정도가 부여되는데 2~3시간을 빼도 진도에 무리가 없다. 이 시간에 학습동기와 맥락에 따라 독서활용을 극대화하면 수업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 지난달 10일 발표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대한 의견은.
“사고력과 창의력 향상을 주요 골자로 한 교과부 안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고 판단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 창의력 향상은 통합적인 교과운영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2009년, 2010년의 교육과정을 보면 이론의 맥락을 따지지 않은 채 오히려 단원의 내용을 세분화 시켜 스킬습득에 치우치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다. 교과과정의 통합운영 없이 창의력 향상을 외치는 건 몸 따로 머리 따로 움직이는 격 밖에 안 된다.”
- 새 학기에는 어떤 수업을 할 계획인가.
“7년 동안 추진했던 수업방식은 ‘나홀로 실험’에 가까웠다. 이제는 실험을 통해 얻어진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담아내고 싶다.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함께 중등교과 관련 도서를 리스트 업(List-Up)하고 구체적인 활용법을 제시하고 싶다. 또 학급별 학년별에 따른 수업교안을 만들어 독서교육을 활용한 수학 교수법의 방법을 널리 공유하고 싶다.”
삶 연계 실용 수학이란 이런 것!
▨ 김연아와 삼각함수=교과부가 최근 내놓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요소를 대폭 넣은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은 어떤 교과서를 의미하는 것일까. 김연아의 사진이 실려 화제가 된 호튼 미플린 하코트 출판사가 펴낸 수학 교과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연아 사진은 두 차례 나온다. 첫 번째는 ‘각도 측정은 일상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피겨스케이트 선수) 점프 동작에서의 각도를 구하라는 문제가 263쪽에 있다’는 문구 아래 김연아의 사진이 실렸다. 또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악셀 점프(앞으로 뛰어 회전하고 뒤로 내리기)’를 할 때 회전수에 따른 각도를 구하라는 연습문제에도 김연아 사진을 담았다.
이 교과서는 삼각함수 기본개념을 풀어가면서 수학이 생활과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스포츠 스타의 사진을 쓴 것이다. 우리나라 고교 수학교과서에서도 같은 개념을 설명하고 있지만, 피겨스케이트 선수 등의 스포츠 동작과 관련지어 설명한 교과서는 드물다. 초상권 문제 때문에 김연아의 사진을 싣기 어려운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이번 미국 교과서도 김연아 측의 사전 동의를 받지는 않았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는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된 만큼 초상권 관련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