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먼저 엄격한 학칙 제안…학교 인기↑
학부모 ‘자율→만족→참여’ 이어지는 선순환
“저를 뽑아주시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또 이러한 의견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1일 신학기를 맞은 인천 제물포중 학부모총회에서는 학부모 간의 뜨거운 득표 경쟁이 벌어졌다. 6명을 선출하는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선거에 16명이나 되는 후보가 출마한 것. 많은 학교에서 학부모위원 정수를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총회장 벽에는 각 출마자들의 경력과 간략한 소견이 담긴 공고문이 붙었고 각 후보들에게는 자신을 어필할 3분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후보가 많아 다소 어수선하고 발표시간이 길어지는 가운데서도 총회에 참석한 200여 학부모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투표에 참여했다.
학부모들이 이렇게 학부모위원 선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려는 김수만 교장의 운영방침 때문이다. 그는 “학교는 물론 우리사회의 어떤 조직도 수장의 독단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최고의 방법은 권한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장의 이런 생각은 제물포중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학칙을 제정할 때도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학생들이 학급별 안을 만들어 전교학생회에 제안하고 이를 종합해 학운위에 상정해 결정을 내린다. 교사들은 학칙의 중요성과 절차에 대해 안내할 뿐이다. 그럼에도 제물포중의 학칙은 오히려 다른 학교보다 더욱 엄격한 편이다. 두발 길이도 짧고 벌점 기준도 강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엄격한 규칙을 스스로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만은커녕 오히려 이 지역에서 선호되는 학교가 됐다. 수학여행을 갈 때도 학부모와 교사로 수학여행 활성화 위원회를 구성, 자율적으로 사전답사를 다녀온 후 원하는 곳으로 가도록 한다.
학부모들도 이 같은 학교 운영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2학년 홍진성 학생의 학부모 남정란 씨는 “학부모 참여율이 높은 것은 교육열이 높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학교가 학부모들이 바라는 것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학년 양진호 학생 학부모 김정애 씨는 “갈수록 참가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면서 “직접 투표에 참여해 학부모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학교에 대한 믿음이 커지고, 이것이 다시 참여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학생들 역시 긍정적 반응이다. 2학년 이혁준 학생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부모님들을 통해 학교에 잘 반영돼 좋다”고 말했다. 1학년 이승수 학생도 “부모님들이 총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대답했다.
이날 학부모위원으로 선출된 남시하 학부모는 "제물포중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이 지역 학생·학부모들이 원하는 엄격한 교육에 있다. 마냥 풀어주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이들 스스로도 적절한 제한을 원하는 만큼 각 학교별로 실정에 맞는 적절한 규칙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더 많은 학부모가 학교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