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고3 학생 2294명이 국가영어능력시험(NEAT) 모의평가를 치렀다. 6월24일 본 시험을 시작으로 13학년도 수시모집에 활용되는 등 NEA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현장은 대비가 미흡하다. 7월 온라인 연수, 7월 말과 8월 초 1, 2차 출제 합숙연수 등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은 이번 여름방학부터 교사 연수에 총력을 기울여 학교수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조금 먼저 출제․채점 연수를 경험한 현장 교사 와 평가원 NEAT 출제연구실 관계자와 함께 영어수업 변화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참석자=KICE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본부 신동광 출제연구실장·박태준 부연구위원, 전남제일고 김희정 교사, 서대전고 임남극 교사, 충북 단양중 이용현 교사>
교사 55% “가장 급한 건 교사의 말하기‧쓰기 연수”
듣기·읽기, 말하기․쓰기 등 교사 간 역할분담도 방법
그림 묘사 등 통해 ‘완전한 문장’ 만들기 연습 필요
쓰기 첨삭 부담…1인당 학생 수, 스마트환경 갖춰야
- 출제와 채점연수에 참여한 후 선생님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임남극=‘영어교사 평가전문가 양성 직무연수’는 8일간 보안 합숙으로 진행됐다. 매일 밤 10시까지 문항을 제작하고 수정하면서 공동검토 문항과 인증문항을 만들었다. 퇴소할 시점에는 어느 정도 출제자 시각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문성과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이용현=출제연수는 듣기 3급에 배정됐고 채점연수도 받았다. 채점연수 후 느낀 점은 학생마다 답안이 다양해 기준을 적용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학생들의 말하기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점을 수업시간에 강조해야 할지 알게 됐다.
김희정=평가전문가 양성연수와 말하기, 쓰기 직무연수 등을 받았다. 기존의 문항과 중복되지 않도록 창의적이면서도 일상적인 문항개발을 위해 참여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 학교 시험과 NEAT의 유형, 난이도 등에 있어 차이점은 무엇인가.
임남극=NEAT는 생각을 묻는 유형인 반면 학교 시험은 어순 배열하기, 주제 쓰기 등 통제된 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채점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다음 문장에 ~가 할 이어질 말을 적어라’는 식으로 ‘간접 말하기’ 형태의 시험을 보는 학교도 봤다. 우리 학교는 시간 안에 주어진 글을 읽으며 빈칸을 채우는 방식의 말하기 시험을 본다.
이용현=출제 연수에 참여해보니 3급은 수능보다 쉬웠다. 학생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선택지도 4지선다로 줄어 난이도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2급은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이지만 처음으로 진행되는 CBT 방식의 시험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체감 난이도가 높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박태준=난이도는 어휘수준, 소재, 문장구조에 따라 다르다. 2, 3급은 이 모든 영역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출제 시 프로그램에 등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어휘의 범위가 1000단어 정도 차이로 탑재돼 있다. 또한 2급은 실용적 소재의 문항이 30%, 기초학술 문항이 70%를 차지하는 반면 3급은 그 반대다. 관계대명사 등 복잡한 구문도 3급에는 사용하지 않아 훨씬 쉽게 느껴질 것이다.
- 말하기의 경우 발음이 점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학부모․학생이 많다.
이용현=예전에는 5점 척도로 채점했었는데 연구진이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척도를 3점으로 줄였다. 채점을 하다보면 원어민 발음인 학생도 있고, 그렇지는 않지만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학생도 있다.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지 않고 알아들을 수 있다면 발음으로 인한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동광=한국학생들은 발음에 특히 민감하다. 3척도로 줄인 이유에는 미국식, 영국식 영어발음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바꾸려는 취지도 있었다. 독일 사람들은 영어에 독일어 악센트가 들어가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생들은 한국식 영어발음을 창피하다고 여긴다. 원어민 발음이든, 한국식 발음이든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으면 같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 영어교사조차도 NEAT에 대해 잘 모를 만큼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희정=지역교육청, 교과부와 연계해 실제 수업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평가 문항, 기준, 지도방식 매뉴얼 등이 풍부하게 보급될 필요가 있다.
이용현=스타강사나 수석교사 등 노하우가 있는 교사들을 모아 어떻게 수업에 옮겨야 하는지,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연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신동광=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던 이유는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적응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학교부터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학교단위 말하기․쓰기 평가 매뉴얼’이 이미 나와 있다.(EBS NEAT 홈페이지에서 다운 가능) 그러나 수능 대체 여부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실감을 잘 못하는 것 같다.
김희정=교사들 사이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시험이 없어질 거라는 말도 한다. 수능 대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NEAT 수업을 하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시험에 안 나오는데 왜 하냐’는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 현실적 대비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신동광=사실 NEAT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현 정부에서 이어받아 시험장도 이미 500개가 구축됐고 시스템도 완성단계에 들어와 있다. 두 정부가 모두 개입된 상태에서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것이기에 수능대체 시점은 바뀔 수 있겠지만 시험 자체가 폐기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 평가원이 최근 발간한 이슈 페이퍼에 따르면, 고교교사 55%가 교사를 위한 말하기‧쓰기 능력 강화 연수가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빠른 시간 내 교실 수업은 변화가 가능할까.
임남극=말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연세가 좀 있는 교사들은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환경에 ‘앞으로 몇 년 못 하겠다’는 말을 하시기도 한다. 역할 분담을 하면 어떨까 한다. 듣기나 읽기에 강점이 있는 교사와 말하기나 쓰기에 아무래도 능한 젊은 교사들이 역할을 분담해 수업 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김희정=좋은 생각이지만 규모가 작은 학교는 영어교사가 한 명인 경우도 많다. 근본적으로는 모든 영어교사들이 말하기․쓰기 수업을 지도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원격연수보다는 집합연수가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다. 주말 등 단기간 연수를 자주 실시하면 부담이 적을 것 같다. 현재 200여 명의 학생을 맡고 있는데, 쓰기의 경우 피드백을 한 학기에 두 번 정도 줄 수밖에 없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박태준=자동채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법 등의 오류를 걸러내고 채점자는 콘텐츠만 평가하는 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쓰기의 피드백이 어려운 이유는 교사에게 너무 많은 업무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인데 자동채점이 도입되면 첨삭에 걸리는 시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말하고 쓰기가 가능한 영어수업으로의 변화를 위해 제언하고 싶은 말은.
신동광=시험이 실시되면 오히려 사교육 불황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 절대평가로 바뀐다는 것은 무한 경쟁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수능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하나 틀려도 1등급을 못 받는 스트레스와 경쟁을 유발하는 반면, NEAT는 조금만 준비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머리 좋은 학생을 뽑는 인지적 능력 판단에 중점을 뒀다면 NEAT는 성취수준을 확인하기 위한 도구적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김희정=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수능이라는 고부담 시험에 묶여 말하기와 쓰기 지도를 기피해왔다. 시험이 바뀌면 현장도 변하게 될 것이다. 교사와 공교육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연수 등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이용현=학생들도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문장 만들기 연습을 시켜보니 단어는 잘 알지만 완전한 문장 만드는 것을 의외로 어려워했다. 기초 문장 만드는 법부터 익숙해져야 할 필요성을 느껴 수업시간에 그림 묘사하기, 완전한 문장 말하기 등을 적용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우리학교가 16학급인데 컴퓨터실이 하나밖에 없다. 영어수업을 할 수 있는 별도의 컴퓨터실이 하나씩은 마련됐으면 한다.
임남극=교사연구회에서 NEAT를 주제로 지난 1년간 수업시간에 적용해 봤다. 저는 일주일 수업 중 매 시간 10분씩 5회 정도를 말하기 연습시간으로 정했고, 다른 교사 한 명은 일주일에 한번 50분을 연습시간으로 정해 비교 연구했다. 연구 결과 매일 조금씩 연습하는 것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기말이 되자 학생들은 ‘영어시간에 말 할 기회는 별로 없었는데 말하기 실력이 향상된 것 같고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연구회를 만들고 컨설팅단, 회의단 등을 조직해 활동했으면 좋겠다. 함께 모여 이야기하다보면 진취적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고 의견 공유도 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거 되겠어?’라며 부정적 의견을 앞세우기보다 문제점을 분석, 개선책을 내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