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쟁이 시작됐다. ‘균형재정’의 원칙에 따라 정부 각 부처의 예산요구 증액분은 예년보다 적었지만, 향후 당정협의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방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유럽 경제위기 악화와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로 세수 감소 등의 악재와 더불어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까지 있어 예산의 향방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2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13년 예산안 요구현황’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각 부처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기금의 총지출 요구 규모는 346조6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6.5% 증가했다. 부처 요구예산을 분야별로 보면 교육예산이 10.1%로 가장 많이 늘었고 이어 국방(7.6%), 일반 공공행정(6.3%), 복지(5.3%), 외교통일(5.1%)의 순으로 증액됐다. 이와 반대로 사회간접자본(SOC)은 10.1% 줄어들었고 환경(-6.6%), 문화(-5.5%), 산업(-5.4%) 등도 차례로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 공공행정 부문은 내국세 증가에 따른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교부금이 7조 원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 부분은 특히 영유아 보육료 지원과 누리과정 확대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과도 연관성이 상당히 깊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복지부에서 양육수당 지급 대상 확대나 신규 수요에 따른 예산을 반영해 제출했다”며 “총리실 TF팀에서 논의 중인 보육료 개선안 결과가 9월 이전에 나오면 조정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최근 5년 평균 요구 증가율(7.0%)에 못 미치지만 2011∼2015 재정 중기계획 341억9000억을 넘어서는 규모여서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 증액안이 온전히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기본 방침이 지난 4월 각 부처에 전달한 ‘균형예산’ 편성지침 수준을 지키되 보육, 교육 등 핵심 복지와 학교폭력 관련 예산은 반드시 확충하고, 연구개발(R&D), 공적개발원조(ODA), 국방경영, 인건비, 전달체계, 보조사업, 재정융자사업, 정책연구용역비 등은 구조조정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증액을 요구한 교과부의 경우, 세입에 따라 일차적 영향을 받고, 우선 예산 항목에 소요되는 예산이 많아 그 밖의 예산들이 오히려 희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산전쟁의 2, 3라운드가 더 중요한 이유다. 교총은 교과부와 교섭을 통해 요구한 예산들의 필요성을 담은 요구서를 지난달 27일 교과부에 제출하고, 기재부, 당정 협의, 국회 심의까지 예산증액 당위성을 함께 설득해 나갈 예정이다. 기재부는 각 부처의 요구안을 토대로 9월말까지 정부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