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리당략에만 집착한 채, 타들어가던 민심마저 외면했던 국회가 드디어 개원했다. 그러나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출발부터 향후 교육입법에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18대 국회에서도 4년 연속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운영됐고 처리 시한을 넘겨 계류 중인 범안만도 430개가 넘었다. 그러니 19대 국회에서는 ‘불량 상임위’라는 오명을 씻고 그야말로 아이들보기 부끄럽지 않은 ‘모범 상임위’로 거듭나길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교과위 상임위원장으로 교육 전문가가 아닌 법무관 출신의 민주통합당 신학용 의원이 맡게 됐다는 소식이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은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의원과 종북 논란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는 구당권파 김재연 의원이 교과위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18대 교과위 출신 여당의원들은 대부분 공천을 못 받거나 낙선, 새로운 얼굴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당선된 교과위 출신 의원들도 대부분 다른 상임위를 지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여당의 힘있는 3선 이상의 의원들은 소위 생색내기 좋은 상임위로 물려들고 교과위는 힘없는 초·재선 의원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여야의 균형과 견제가 필요한 교과위가 진보 진영 출신의 명망가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편향적 이념으로 인한 교육정책의 왜곡이 우려된다.
이미 진보교육감이 장악한 일부 시도교육청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 정책 이견으로 벌인 민·형사 행정 소송이 10건(예정 1건 포함)에 이른다. 그 외에도 무상급식·체벌금지·교원평가, 학생인권조례 등이 진보 교육감 위주로 진행돼 교과부와 반목이 심해졌다. 이런 판국에 주요 교육정책의 입법을 다룰 국회마저 진보 중심으로 운영되면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교육 관련 법안 중 주요 현안으로 교권보호법(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상정돼 있다. 물론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지만 자칫 보수정당의 무관심으로 법안 상정도 못한 채 방치되거나 폐기될 개연성도 없진 않다. 각종 교육 관련 입법을 다룰 교과위가 균형적인 시각을 상실한 채 편향적 이념에 경도되면 교육의 정치 종속화가 시작된다.
경제나 문화를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지만 교육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수정당은 교과위를 사수하지 않으면 교육계는 물론이고 국민적 지지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