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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폭력근절 ‘실종’ 논란만 ‘확산’…학생부 기재

교총 “혼란 부채질, 교사에 책임전가 안 돼”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일부 진보 교육감과 교육과학기술부간 충돌을 넘어 같은 정부기관인 인권위도 학생부 기재를 놓고 교과부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가 하면, 학부모단체와 피해자가족협의회까지 나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교과부는 8일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기재 거부는 명백한 위법’이라는 자료까지 내며 ‘학생부 기록거부 시 징계’라는 방침을 강조했다. 교과부의 입장표명은 진보 교육감과의 충돌을 넘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까지 공식적으로 반박했다는 점에서 학교폭력근절의 강경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교과부는 “인권위가 권고한 학교폭력기록 중간삭제제도 도입은 대책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시도교육청의 학생부기재 거부에 대해 “학생부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법적 장부로 작성ㆍ관리는 교과부령으로 정하고 있다”며 “기재 거부는 명백한 법령위반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다.

13개 교육시민단체들이 모인 학부모 교육시민단체협의회와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도 8일 성명을 내고 교과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피해 학생과 가족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기재 보류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소수 가해학생의 인권을 위해 절대 다수 학생의 인권이 짓밟히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진보‧보수의 갈등 그리고 입시를 앞둔 학부모의 이기심, 가해학생도 제자라는 사실에 갈등하는 교사와 학교. 인권 논쟁으로 번진 교과부와 교육청의 대립각이 법적 대응까지 치닫는 며칠간의 일련의 과정에는 학교폭력대책을 마련하기까지 가졌던 사회적 합의와 ‘원칙’을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지난 해 말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 내 집단 따돌림과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과 학교폭력으로 괴로워하는 학생이 더 이상 없도록 학교, 가정, 정부 등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고 바로 며칠 전까지 ‘인성교육’을 외치던 이들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한국교총이 8일 “과거 학교폭력대책이 흐지부지 된 데에는 ‘현장성과 지속성’이 부족하고 사회적 관심약화에 기인한 만큼 더 이상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일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교총은 이날 학생부기재 보류를 지시한 일부 시도교육감에게 “학교폭력근절을 바라는 사회적 여망을 외면하고 학교혼란을 부채질하는 무책임한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조건 반대가 아닌 교과부와 정책협의를 통해 개선을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내 자식의 잘못을 받아들이고 꾸짖지 못하는 학부모의 이기심과 옳고 그름의 확실한 잣대를 가르치지 않는 교사, 이념에 편승해 대립하고 갈등만 키우는 교육감과 사회단체는 지금,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 교과부 배동인 학교선진화과장은 “학교폭력대책의 핵심은 사소한 폭력도 폭력이며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다. 중요한 건 이념논쟁이 아니라 학교폭력근절이다. 올바른 인성교육 실천을 통해 더 이상 학생들이 소중한 생명을 자살로 마감하는 일도, 폭력으로 고통 받는 일도 없는,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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