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홍 “증인채택 응하지 않으면 감사 못해”
김세연 “수차례 감사한 사항, ‘정치적’ 공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5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해 벌인 국정감사를 시작도 하지 못하고 두 차례나 정회됐다.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여야 신경전 끝에 초반부터 파행된 것이다.
교과위 야당 간사인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은 개회되자마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 등을 증인ㆍ참고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여야 간사가 수차례 협의했으나 새누리당이 끝내 수용하지 않아 증인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측은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정략적 증인신청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럴 의도가 없다”면서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서울시교육청을 질타하기 위해서라도 증인은 채택해야 하지 않냐”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정수장학회 장학생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청오회’에 가입하며 청오회 졸업생들은 ‘상청회’에 가입한다”며 “청오회는 ‘박정희 우상화 교육’ 모임”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직(1995∼2005년 8월) 당시 11억3720만원을 실비 보상 명목으로 지급받았지만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는 어떠한 흔적도 없다”며 가세해 목소리를 높이자, 신학용 위원장은 “지금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건가, 증인신문을 하는 건가”라며 제어하기도 했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대한민국에 많은 장학재단이 있는데도 민주통합당 측이 정수장학회 관계자만 증인채택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정수장학회 증인 모두를 채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채택하겠다는 조정안을 냈는데도 야당은 유독 특정인물을 증인으로 채택해야한다며 조정안을 받지 않았다”며 “민주통합당이 원내전략으로 이번 국감의 여러 상임위에서 일제히 최필립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군현 의원도 “교과부 감사는 교육과 과학 문제를 감사하는 자리”라며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다루면 될 일”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서상기 의원 역시 “정수장학회는 해명할 만큼 해명된 내용”이라며 “야당 의원들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발언들을 들어보면 모두 정치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면 관할 기관인 서울시교육청에 미흡한 부분을 지적해 추가 감사를 하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이 “좀 더 협의할 시간을 주고 감사를 하자”고 발언했으나 무소속 정진후 의원 등이 “간사 합의가 안 돼 지금 이러고 있지 않냐”는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지자 결국 위원장은 국감 시작 50분 만인 오전 10시50분 정회를 선언했다.
오후 2시 국감은 속개됐으나 여야 공방은 이어졌다.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 당시 법을 위반하면서 보수를 받았다는 박홍근 의원의 지적은 잘못됐다”며 신 위원장에게 속기록의 발언을 정정해 줄 것을 요청하자 공방은 더 거세졌다. '심도 있는 논의 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는 위원장의 말은 아무런 권위도 없었다.
박홍근 의원은 “문제가 됐을 때 이사장은 박 후보”라며 “그러면 박 후보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여야 위원들의 공방이 지속되자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자꾸 이런 공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정상적인 국감 진행을 위해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서 의원 발언 직후 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신 위원장에게 의사진행 발언권을 줄 것을 종용했고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학재, 김태원, 서상기 의원은 야당 의원에게 도를 넘은 말을 했다”며 “세 의원은 야당의원과 박홍근 의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증인채택 문제를 둔 여야 위원들의 공방이 감정싸움으로 격화될 조짐이 보이자 신 위원장은 “사과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감사를 정회하는 게 올바른 방법인 것 같다”며 오후 2시50분 두 번 째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파행은 끝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오후 4시30분 장관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들은 “야당의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이후 야당의원들도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수장학회 증인채택에 응하고 국감장으로 돌아오라”며 서로 사과를 촉구했다. 결국 10시에 시작된 교과부 국감은 오후 5시를 넘기고서야 겨우 업무보고를 시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