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수장학회 관련 증인채택에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까. 증인 없이 첫 국감을 진행해야 할 상황인 교과위의 앞날이 험난해 보인다. 정수장학회가 도마에 오른 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으며, 그 기간에 보수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현 최필립 이사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감 첫날인 5일. 야당 의원들은 철저히 준비한 모습이 역력했다. 민주당 유기홍 의원실에서는 국감 시작 10분 전 교과부 출입 기자들에게 정수장학회 관련 의혹을 담은 보도자료를 국감 현장에서 돌렸다. 10시 국감 시작과 함께 유 의원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업무보고조차 받지 않고 이 문제부터 짚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증인' 없는 국감 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한 차례 정회 후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있었다는 신학용 위원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색하게 유 의원은 유감을 표명했다.
다시 똑같은 의사진행 발언이 되풀이 됐다. 결국 양당 모두 서로에게 ‘사과하라’는 발언이 나오는 등 감정싸움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자 신 위원장은 두 번째 정회를 선언했다. 두 번의 정회를 하는 동안 야당 의원들은 그들이 계획했던 소기의 목적을 모두 달성했다. 의사진행 발언이라는 명목하에 야당 의원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한 것이다.
이미 보도자료는 뿌려졌고, 야당 의원들은 ‘증인’이 없는 가운데서도 그들이 간절히(?) 원하지 않았다고 말하던 후보에 대한 ‘정치적 흠집 내기’는 충분히 성공한 것 같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의 지적처럼 “그렇게 불법이 확실하면 바로 고발을 하지 왜 증인으로 부르느냐”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이 이야기 한 것처럼 이날은 너무나도 당연히 ‘교육과학기술부 교육분야에 대한 국감’ 이었다. 교권침해, 학교폭력 등 풀어야 할 수 많은 난제들이 그들 앞에 쌓여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수장학회 증인 승인만을 요구했다. 두 차례 정회 끝에 각 당별 기자회견이라는 어이 없는 상황을 초래했음에도 야당 의원들은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했다.
어느 쪽이 진실을 이야기 하는 지는 모르겠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발언대로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면 ‘법적 문제’가 있다는 야당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검사들이 그렇게 기초적인 법 해석도 못한 무능한 바보라고 공개적 비난을 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 역시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7차례에 걸쳐 야당과 증인 채택을 두고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교과부 국감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교과부 직원들은 추석연휴도 반납했고, 국감 전날 밤은 꼬박 새우며 국감을 준비했다. 그렇지만 오후 5시가 넘도록 장관은 업무보고 조차 하지 못한 채 대기해야 했으며, 각 의원별 5분 발언과 서면보고 형식으로 국감은 흐지부지 끝났고 말았다. 행안부 국감처럼 산회 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제스추어가 교과위를 보는 많은 국민과 교원, 학생들의 눈에 18대부터 따라다니고 있는 '불량 상임위'라는 꼬리표를 떼어 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이라 장외전투까지 벌이며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정수장학회 증인 채택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들 스스로 '남이 보면 코미디'라고 자인한 '증인' 없는 그들만의 코미디 국감을 계속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