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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러시아> 학교방문 사전예약·학부모 소환제 시행

한 학교서 계속 근무…교장 책무성‧권한 강조

필자는 얼마 전 아들의 방과후 음악학교 입학관련 상담을 위해 사전예약을 하고 학교를 방문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시행을 고려하고 있는 학교방문 사전예약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교감과 상담을 하던 중 아이가 피곤해하기에 자리를 내줬더니 교감이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필자를 다시 앉도록 했다. 이 곳 학교에서는 교사, 학부모, 학생 간의 질서가 명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의 규율과 전통에 따라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유지되는 곳이 러시아 학교다. 교실에서는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리거나 무릎 위에 두고 교사의 말을 경청하다가 질문이나 답을 할 때는 손을 높이 들어 교사가 지목하면 일어서서 질문하거나 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립학교인 모스크바시 34번 학교의 아르카디 사라바이스키(Arkady Saravaisky) 교사는 “교사와 학생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학교장 권한으로 관리하고 해결한다”며 “소비에트시대부터 이어진 교장의 책무성에 기반한 러시아 고유한 학교운영 시스템은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교장은 교사들의 임용, 승진, 급여는 물론 학생들의 입학 및 처벌 등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안에 대해 권한을 행사한다”며 “한 학교에서 정년 없이 계속 근무하기 때문에 학교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어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업 중 교권침해나 다른 학생의 학습권 침해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은 교사의 세심한 수업 준비 덕”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바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을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 자료와 수행 과제를 준비한다는 것.

그러나 교장이 독단적 방법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모스크바의 아틀란틱 국제학교(AIS)의 우푹 이펙(Ufuk Ipek) 교장은 “학생과 교사 간 문제발생 시 러시아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작성된 학교규정을 근거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다양한 형태의 경고와 함께 학부모 소환을 통한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학교에는 우리가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 학교방문 사전예약제나 학부모 소환제가 시행되고 있다. 또 단위학교 학교장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 문제를 조율한다. 학생 권리나 교사 권리보다 학교의 권리가 강조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오랜 역사에 바탕을 둔 고유한 체제 안에서 조화롭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 교육청, 학교는 물론 학부모, 학생 모두 최근 학생인권이나 교권에 대한 입장 차이를 우리의 교육현실과 환경에 적합한 학교 모델을 탄생시키기 위한 하나의 산통(産痛)으로 승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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