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도평가 폐지법안 발의 → 혁신학교 성공 근거 대학서열화 국립대 통합 요구 → 입학생 성적순위 공개 교원정원 보정지수 혜택 → 소규모학교 피해 주장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와 ‘일제고사’. 같은 시험을 가리키는 다른 표현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교과위 간사인 유기홍 의원에게는 다른 모양이다.
유 의원은 6월25일 공동기자회견까지 갖고 “일제고사는 학교·지역별 성적 서열화를 조장하고 성적 하나로 학생들을 일렬로 줄 세워 경쟁을 조장한다”며 “효과가 없는 것으로 증명된 실패한 정책”이라고 단언하고 ‘일제고사’ 폐지를 위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 유 의원이 국감장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혁신학교에서 성적이 향상된 사례가 있다”면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폐지를 주장할 때는 ‘일제고사’라고 표현하더니, 근거로 인용할 때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로 바꿔 부르며 ‘아주 일반적인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줄세우기’라며 폐지를 주장한 ‘일제고사’ 결과를 근거로 혁신학교와 비혁신학교 간 줄세우기를 하며 국감장에서 혁신학교 홍보를 한 것이다. 혁신학교 성취도평가 결과를 제출한 김상곤 교육감도 유 의원 법안발의에 이어 7월에 성취도평가를 ‘비교육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평소의 주장과 국감요구 자료가 모순되는 것은 유 의원만이 아니다.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이자 민생공약실천특위 위원장인 이용섭 의원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대학서열화를 타파해야 한다”면서 ‘국·공립대연합체제 구축’을 주장하고 이를 위한 토론회도 주최했다. 이는 문재인 대선후보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런데 입시지옥이 대학 서열화 때문이라던 이 의원이 국감자료로 국립대 입학생의 성적분포를 요구했다. 이 의원의 요구 때문에 입학생 평균성적에 따른 전국 국립대 서열이 공표됐다. 신학용 교과위원장(민주통합당)도 고교 서열을 유추할 수 있는 학부모 선호도 순위 상·하위 학교 명단을 공개했다. 고교서열화 폐지도 민주통합당의 대선·총선공약이다.
일부 교육감들도 이 같은 이중적인 행태에서 예외가 아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교원의 정원을 학생 수 기준으로 배치할 경우 소규모 학교가 많은 강원도의 교육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며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강원도교육청은 ‘지방교육행정기관및공립의각급학교에두는국가공무원의정원에관한 규정시행규칙’(2011년9월14일 제정)에 따라 5지역군(교사 1인당 학생 수․학생밀도 등이 유사한 시·도를 5개 군으로 묶어 군별로 다른 보정지수 적용)으로 분류돼 전국 모든 시·도 가운데 가장 유리한 보정지수를 적용받고 있다. 그 결과 강원도는 기간제 교사 담당 수업시수 비율(5.08%)이 전국 최저다. 기간제 교사 담당 수업시수 비율이 가장 높은 경기도(15.37%)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경기도는 유일하게 1지역군으로 분류돼 가장 불리한 보정지수를 적용받고 있다.
기간제 교원 비율도 강원의 경우 2010년에는 네 번째로 낮았지만, 보정지수가 적용되기 시작한 2011년과 2012년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학생 수 기준 배정 보정지수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마치 정책의 희생양인양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교육청과 함께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전북교육청 역시 4지역군으로 상당히 유리한 보정지수를 적용받는다. 전북교육청의 기간제 교원 비율은 강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