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대학입시에는 지원자의 일반고 최종성적, 대학수학능력시험(yliopilastutkinto) 그리고 대학 본고사에서 얻은 성적이 반영된다. 핀란드에서도 대학의 서열이 있어서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학과에 따라 다르지만 의대, 법대, 교사과정 등은 10대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 재학생이나 전문가에게 4개월 이상 개인교습을 받기도 한다. 내신, 수능, 본고사로 구성되고 치열한 경쟁도 있지만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한 핀란드의 대입제도를 살펴보자.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일반고 정규과정의 과목을 이수해서 최종성적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일반고 최종성적은 10점 만점의 절대평가로 산정되고 저학년 성적은 반영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5점 이하를 받은 과목은 탈락한 것으로 평가돼 재수강을 해야 한다. 교사는 수행평가, 필기시험, 평상시 학습참여도, 과제물 이행 결과, 출석 등을 종합하고 학생, 학부모와의 상담을 거친 뒤 졸업 최종성적을 학생에게 부여한다. 핀란드 국가교육청은 평가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8점을 받는 학생이 갖추어야 하는 지식, 능력 등에 대한 평가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학생에 대한 최종평가는 전적으로 교사의 권한이다. 한 부모가 자녀가 화학 최종 필기시험에서 10점을 받았는데 최종성적은 8점이었다고 인터넷에 불만의 글을 게재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에 대해 학생의 성적은 시험만으로 평가되지 않고, 평가 권한은 전적으로 교사에게 있음을 댓글로 지적했다. 교사의 교육과 평가를 신뢰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수학능력시험은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학기에 전국의 모든 고교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지원자는 필수과목 시험에는 3회까지 응시할 수 있다. 한 번에 이 시험을 끝내는 응시자는 2002년 30%에서 2011년 10%대로 줄어들었다. 현재 2회에 걸쳐 시험을 보는 학생의 비율은 70%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5% 안팎의 학생들이 시험에서 탈락한다.
시험 과목 중 모국어는 전체 지원자가 무조건 응시해야 하는 과목이고, 핀란드의 제 2공용어, 외국어, 수학 그리고 기타 일반과목 중에서 3개를 필수과목으로 응시해야 한다. 기타 일반과목은 물리, 화학, 생물학, 사회, 역사, 종교, 심리학, 철학, 가치관, 보건 등이다. 모국어는 수준별로 나뉘지 않지만 수학과 외국어는 상급, 초급 또는 상급, 중급 등 수준별로 구별돼 있다. 지원자는 반드시 최소한 하나의 과목에서 상급에 응시해야 한다. 탈락한 과목의 재시험에서는 수준을 바꿀 수 있다.
시험은 한 과목의 전체 문제 중 몇 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예를 들어, 모국어 텍스트 시험은 5개의 문제 중에서 3개를 선택해야 한다. 과목마다 정해진 채점 기준에 따라 문제 당 0~6점을 부여한다. 과목에 따라 융합형 또는 고난이도 문제가 출제되기도 하는데 고난이도 문제는 9점까지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문제가 서술형으로 되어 있고 학교의 교사들이 일차적으로 답안지의 채점을 한다. 채점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능위원회에서 검토를 한다. 교사가 부여한 점수에 현저한 오류가 있을 때는 전문가가 다시 채점을 하게 된다. 교사는 채점 과정에서 붉은색 펜으로 점수 삭감 부분을 명시하고 그 이유를 서술해야 한다.
성적은 7개 등급으로 구분되고 1, 7등급이 각 5%, 2%, 6등급이 15%, 4등급이 24%로 분포되는데 시험마다 이 분포는 달라질 수 있다.
본고사는 단과대학별 출제가 원칙이라 몇 개의 대학이 공동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추세다. 대학에서 출제하는 시험 문제의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헬싱키대 인문대학의 본고사에는 한국에서 대학원 입학시험에 출제되는 수준의 문제도 포함돼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유형의 언어 문법이 존재하며, 그 근거는 무엇인가?”와 같은 식이다. 2012년 영어과 시험에는 객관식 문제도 포함돼 있지만 A4지 5쪽 분량의 지문을 주고 70 단어로 요약하기, 100 단어로 반대 의견 쓰기, 200 단어로 비판하기 등의 문제가 출제됐다.
핀란드 고교생들은 주관식 서술형으로 출제되는 높은 수준의 수학능력시험을 통과하고, 심화 수준의 대학 본고사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선다형 문제, 그것도 단 1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시험으로 대학생을 선발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수능이 학생들이 대학에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올바른 방식인지 돌아봐야 한다. 3년, 5년의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지금 초등학생이 대학에 들어갈 때를 대비한 장기적인 대입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학! 우리나라에서는 인문고만 졸업하면 누구나 다 대학에 갈 수 있는가? 고교 3년간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 학생들이 왜 대학에 가야 할까? 그들에게 진정 대학만이 이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까?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