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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도종환은 되고 안철수는 안 된다

교과서 정치적 중립성 검정 기준

여전히 ‘애매모호’… 정교화 필요


○○ 출판사에서 내놓은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는 윤리적인 경영인 사례로 안철수 전 대선후보를 거론하면서 '신뢰받는 리더'라고 소개하고 있다. 현재 안 전 후보에 대한 내용을 담은 초중고 교과서는 모두 16종. 이르면 내년부터 교과서에서 안 후보의 이름과 사진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도종환 민주당 의원의 시 ‘종례시간’ 등은 계속 교과서에 실릴 전망이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은 수록해도 된다’는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김덕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5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중립성 관련 검정기준의 적용 지침 논의를 위한 의견 수렴 공청회'에서 이 같은 검정기준안을 제시했다. 시안에 따르면 교과서에 정치인의 사진과 이름을 수록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 쓴 작품은 교과서에 실을 수 있지만 제3자가 특정 정치인에 대해 쓴 글은 원칙적으로 교과서에 싣지 못하도록 했다. 교육·법률 전문가와 언론인 등으로 검정자문위원회(가칭)를 구성, 검토ㆍ자문할 것도 제안했다.

하지만 ▶학계(예술계)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거나 ▶내용에 정치적 신념, 이념적 편향성이 드러나는 경우 심의위원 표결로 게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거나 ▶학습 맥락상 타당하고 ▶평가가 아닌 사실만 쓸 경우 검정심의위원 3분의2가 찬성하면 실을 수 있도록 해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크다.

‘타당할 것’ ‘가치가 인정되지 않은’ 등 기준이 애매해 자문위원회를 거쳐도 결국 결정권을 가진 심의회의 상식에 일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도종환’ 사태와 같은 유사 논란은 가능성이 조금 줄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진영’논리에 따른 시각 차이가 너무 커 교과서 검정의 공통기준이라 할 수 있는 ‘학문상의 명백한 오류나 관련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 있는 가’ 등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설’도 ‘명백한 오류’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SNS를 통해 정치적 입장을 자주 드러내는 공지영, 이외수 등 작가의 작품은 교과서에 남게 된다. ‘정치인’(대통령, 국회의원, 정당인, 정무직 공무원,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 무소속 대통령 후보, 국무위원 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정치적 검정 기준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기준’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공청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 참석자의 말처럼 이미 어느 곳보다 정치판이 되어 버린 교육계에 자꾸 교육의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이 난센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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