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하고 사람은 생각이 깊어야 합니다. 한글은 읽기를 잘하게 하고 한자는 생각을 잘하게 하죠.”
전광진(58․사진)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1392페이지에 달하는 백과사전 같은 ‘선생님 한자책’을 발간했다. 조선일보에 12년간 ‘생활한자’ 코너를 3300회 이상 연재하고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2007)’, ‘초등한자 창인교육(2013)’ 등 한자교육으로 이름을 알린 그가 이번에는 초등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한자지도서를 펴낸 것.
전 교수는 “한자어의 뜻을 설명할 때 말문이 막혀본 경험이 있는 교사들이라면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교탁에 펼쳐 두고 수시로 찾아보면서 능수능란하게 한자지식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교대에서 한자를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고, 중․고교 시절에도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교사들이 상당수라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이 책을 썼지요.”
한자의 부수, 필순 같은 자형(字形)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한자 책들과는 달리 ‘의미의 연관성’이나 ‘속뜻 훈음’과 같은 자의(字意) 중심의 풀이가 체계적으로 담겨 있다. 단순 뜻풀이가 아닌 어휘력과 학업능력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제작된 것이다. 예를 들어 영토(領土)의 의미는 ‘국제법에서 국가의 통치권이 미치는 구역’이지만 그 속뜻은 ‘다스리는(領) 땅(土)’을 뜻한다. 즉 단어의 ‘속뜻’을 파악해야 단어가 지니고 있는 깊은 뜻까지 생각이 파고들어가 이해력이 생기고 다시 사고력과 창의력이 발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한자를 가르치다 보면 인성교육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두(二) 사람(人)’이 사이좋게 지내려면 ‘어진 마음씨(仁)’가 필요하다거나, 용서할 서(恕)자에는 ‘마음(心)’을 ‘같이(如)’한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의미가 자연스럽게 새겨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또 “선생님의 교수 역량은 읽기 지도가 아니라 독해 지도능력에 달려있다”며 “한자지식이 높으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광진의 속뜻풀이 한자교실=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초등 ‘한자교육’이 의무화되는 등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본지는 조회나 창체 등을 활용해 쉽고 빠르게 한자를 지도할 수 있는 팁을 담아 ‘전광진의 속뜻풀이 한자교실’을 다음 호부터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