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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뒤숭숭한 교과부와 연구기관…‘설’만 무성

인사청문회라는 산을 넘은 서남수 장관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교과부 공무원들에게 정부조직법은 암초에 가깝다. 임명장을 언제 받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현 상황으로서는 새 조직도에 따라 이미 반쯤 꾸려놓은 짐을 책상 옆에 두고 어정쩡한 상태로 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개점휴업’ 중인 교과부 공무원들은 첫 차관이 누구 일지를 논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교과부 뿐만이 아니다.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연구기관들도 업무이관, 조직개편 등 각종 ‘설’이 나돌면서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 첫 차관은 정치권에서?=매번 기자들을 물 먹여온 허를 찌르는 박근혜 스타일 인사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하마평은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유력한 설은 서 장관이 행시 22회 출신 내부 인사라는 점을 감안, 차관은 교수 출신 또는 전직 국회의원 ‘영입’에 무게가 실려 있다. 교수 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서 장관이 관료 출신이므로 대학교수로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교수를 포함 2~3명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지만, 김재춘 영남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비서관으로 내정되면서 외부 발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교수 장관이 관례였기 때문에 차관으로 교수를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반해 전직 여당 소속 국회의원 등 정치권 영입은 이미 국회의원 출신으로 차관을 거쳐 온 이주호 장관이 있어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권영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임해규 서울대 교육학과 초빙교수(전 의원) 등 지난 18대 국회 교과위 위원을 지낸 두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다.

■ '교육과정' 다시 개발원으로?=교과서완전학습체제 구축, 자유학기제, 인성교육 등 박근혜정부 핵심정책을 이끈 곽병선 인수위 간사와 김재춘 비서관의 전공분야는 ‘교육과정’이다. 현재 교육과정 연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소관이지만, 교육정책 연구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담당하고 있어 ‘정책 따로, 교육과정 따로’라는 비판이 있어왔던 것을 감안, 제대로 된 교육과정 정책연구를 위해 업무가 이관되지 않겠냐는 것. MB정부에서도 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등 전문평가기관으로 전환을 검토한 바 있어 교육과정 및 교과서 관련 연구 일부를 교육개발원으로 이관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남수 장관 본인이 교육과정평가원설립촉진단장을 맡았을 당시 평가전문기관(美 ETS 모델)의 필요성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만큼 이 ‘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난달 14일 인수위 교육 분야 토론회에서 박 대통령이 ‘신중 검토’를 지시했던 사안이므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거론되는 양 기관 소속 연구위원들은 이런 움직임에 심드렁하다는 사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독 지난 정부에서는 매년 되풀이되어 온 ‘설’이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 기관장들 “우리 떨고 있나요?”= MB정부가 들어설 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기관장들은 임기 여부에 관계없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던 기억때문인지 새 정부 눈치만 살피는 모양새다. 업무이관이 현실화되면 조직개편 과정에서 임기를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식 초청 여부에도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장이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는 것. 이들 일부 기관장들은 ‘MB맨’으로 찍힌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인지 애꿎은 소속 연구위원들의 복무 단속에만 신경이 곤두 서 있다는 후문이다.

■ 임용시험출제기관은 어디로?=올해부터 교원임용시험 출제업무 수탁 불가 입장을 통보한 바 있는 교육과정평가원 대신 한국교원대가 중심이 되는 조합설립설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선발교과 및 인원을 예고해야 하는 중등시험의 기한이 4월로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안이 논의됐지만 최근 한국교원대를 중심으로 개발원‧평가원 등이 참여하는 조합을 설립한다는 ‘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윗선에서 제안을 받았다는 상당히 그럴듯한 이 설에는 곧 제안서를 작성할 것이라는 받침도 붙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평가원이 계속하는 것이 최선이며, 여의치 않으면 교과부 산하 별도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중심으로 내놓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달 안에 정리가 되지 않으면 임용시험에 대한 공신력 등 타격이 클 수도 있는데 이런저런 말뿐인 상황이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뭘 어떻게 하겠느냐”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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