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에 대한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기도 사학운영지도조례가 14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94명 중 73명 찬성, 20명 반대, 1명 기권으로 가결됐다. 사학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을 조례로 정한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사학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법제처의 법률검토를 마친 조례라는 이유로 교육부가 재의 요청을 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조례 시행을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논란이 됐던 조례안 중에서 교육감의 사학 운영과 재산관리 등에 대한 정기적 행정지도 권한은 ‘필요시 할 수 있는’으로 수정됐으며, 이사회 소집을 인터넷에 공개해야 할 의무조항도 ‘공개할 수 있다’로 바꿨다. 또 교육감이 정관 시정 변경에 관한 사무와 지침을 위반했을 때 보조금 지급을 제한 또는 감액할 수 있다는 내용은 상임위에서 삭제됐다.
이렇게 수정․삭제된 조항들은 법제처가 조례대상이 되지 않거나 학교법인에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법률위반이라는 의견을 낸 부분이다. 하지만 사학 측에서 반대했던 외부 인사를 포함한 사학운영지원협의회를 구성 할 수 있게 한 부분과 교원 신규 채용 시 교육감이 전형을 위탁할 수 있는 부분을 그대로 통과됐다.
도의회 본회의 의결 후 교육청은 환영했지만 교육단체들은 조례시행 유보, 교육부장관 재의 요구를 촉구하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기교총은 보도자료를 내고 “사학계가 반대하는 핵심조항은 제외한 채 일부 지엽적인 내용만 수정해 본회의에서 가결시켰다”며 “교육적 결정이라기보다 정치적 타협의 소산이 조례를 반대하며, 교육감은 시행을 보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도 “상위법인 사립학교법이 있는 상태에서 시도에서 조례를 만드는 것은 결국 이를 근거로 사학을 장악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교육부에 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도의회에서 가결된 조례는 교육감에게 통보되며 교육감은 5일 내 교육부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보고를 받은 교육감이 20일 내 재의 지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도교육청이 국가기관인 법제처 유권해석을 받아 문제된 부분을 수정한 조례이므로 재의를 요구하기 어렵다”고 밝혀 장관이 재의 요구를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사학법인연합회 김용호 정책부장은 “법제처가 모든 조례안을 꼼꼼히 살폈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재의 요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효확인 소송 등 사법적 절차를 진행해 조례가 취소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