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비슷한 통계인데도, 양식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이 새로 해야죠. 정보공시에 다 나와 있는 통계인데도 왜 요구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맨날 말로만 업무경감 아닙니까. 교원관련 평가시기 일원화를 통해 업무경감을 한다는데, 글쎄요….”
지난 4일 대통령에 대한 교육부 업무보고 내용에는 어김없이 교원 관련 단골메뉴인 업무경감이 포함됐지만,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30년 넘게 업무경감을 외쳤지만 체감할 수 없을뿐더러 이해가 안 되는 정책 탓이다. 정보공시에도 있는 것을 요구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교원‧학교‧교육청평가 등 다른 이름으로 또 다시 해내라고 한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이중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 근무성적평정, 성과급평가 등 세 가지의 시기를 일원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평가를 제대로 하고, 업무경감 효과도 얻으려면, 학교와 교원관련 평가 전체를 놓고 지표를 개선‧통합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와 교원 대상 평가는 9가지에 이르는 데, 교원평가만 건드려서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보공시도 마찬가지다. 공시 항목을 각종 평가지표 중심으로 개발하면, 앞서 지적한대로 업무경감이 가능한데도, 교육부는 눈앞에 국정과제로 떨어진 내용에만 국한할 뿐 범위를 넓히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교원평가는 교육부 학교정책관, 시도교육청평가와 정보공시 등은 교육정보통계국이 담당하고, 학교평가는 시․도교육청 소관이라면서 ‘우리 일’이 아니라는 대답만 할뿐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정보공시는 평가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입장까지 피력한다. 교육기관정보공개 특례법을 들여다보니,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학술 및 정책연구를 진흥함과 아울러 학교교육에 대한 참여와 교육행정의 효율성 및 투명성을 높이기 위하여…’라고 정의돼 있다. ‘교육행정의 효율성’이라는 문구에 속뜻(?)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교육청 소관이라는 학교평가는 더 기가 막히다. 평가지표를 만들고 통계처리를 할 수 있는 체제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지방자치라는 허울아래 업무만 교육부로부터 이관 받은 탓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지표개발 등을 위탁‧실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가 않다. 국가수준 공통지표(권장하지만 지켜지지 않음)조차 없이, 선출직 교육감의 공약사항을 마구잡이로 지표에 포함하고 있어 17개 시‧도마다 따로국밥이니 개발업체를 구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 공교육은 국가교육과정을 따르고 있는데, 이를 학교에서 잘 가르치고 있는 지를 볼 수 있는 평가는 최소한의 공통기준도 없다. 이런 평가에 천문학적 돈이 투입되고 교원들의 업무는 늘어나지만, 결과가 학교와 교원에게 실질적으로 피드백 되지 않는다. 후속컨설팅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당사자에 대한 컨설팅이 아닌 경우도 흔하다. 작년 평가 내용을 당해 연도 말에 컨설팅 하게 되면, 교장도 새로 부임하고 교사도 1/3은 전근가거나, 내년에 교장이 바뀔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평가를 왜, 무엇을, 누구를 위해 하는 지를 묻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 대통령의 발언으로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칸막이 행태 집중 점검’까지 나선다고 한다. 부처 간 칸막이 제거,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급한 것은 부처 내 칸막이를 부수는 일이다. 교육부가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원들의 업무를 진정 경감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