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우리 애 담임이야,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전화기로 무조건 폭언을 쏟아 붓고, 교무실로 찾아와 몸싸움부터 하는 학부모, 가출과 폭력 등으로 어긋나기만하는 학생들. 동료 선생님들은 문제아를 생활지도부에 넘기면 될 것을 굳이 나서서 고초를 겪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배철호 서울 단대부고 교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참고, 참고, 또 참고……. 들어주고, 대화하고, 설득하고……. 그리고 또 참고. 지난 해 5월 학교로 걸려온 학부모 폭언 전화를 받고 오버랩 되던 2008년 일을 담담히 써내려간 배 교사의 생활지도 수기는 제61회 교육주간 ‘교직생활 희․노․애․락’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2008년 당시 고3 담임이었던 배 교사는 하늘이 아버지로부터 폭언을 들어야만 했다. 하늘이는 그동안 무단결석을 했고, 자초지종을 알아보기 위해 배 교사가 하늘이 집을 찾았을 때 카페를 운영하며 밤늦게 들어오는 어머니와 초등학교 때 돌아가신 친아버지, 그리고 지금은 새아버지가 있지만 그마저도 어머니와 별거 중이라는 가정환경을 알게 됐다.
무단결석 끝에 인근 학교 학생들과 패싸움으로 경찰서를 통해 다시 학교로 돌아온 하늘이. 교감 선생님에게 가정형편을 이야기하고 생활지도부에 잘 지도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선처를 당부했다. 하지만 하늘이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 유흥업소 출입, 흡연과 음주 등으로 경찰서청소년선도위원회에 적발됐고, 훈계하며 엉덩이를 몇 대 때린 것이 알려져 새아버지가 학교에 폭언전화와 함께 경찰에 고소까지 한 것이다.
학생을 지도하다 피고가 된 상황 속에서도 교사임을 잊지 않았던 배 교사는 하늘이 아버지의 고소 취하 이후 학교에 돌아와서도 하늘이의 선처를 위해 노력했다.
사건이 있은 후 하늘이 어머니는 카페를 처분하고 화장품가게로 업종을 바꿨고, 하늘이는 자신 때문에 고초를 겪은 선생님의 사랑에 감격해 학교생활을 잘 하게 됐다. 공부는 물론이고 학급의 희귀병을 가진 친구를 도우며 무사히 3학년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다.
배 교사는 “교사로서 자존심 때문에 숨기고 싶은 사연이었지만 최근 교권 침해로 학생 지도에 의욕을 잃은 선생님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자 글을 쓰게 됐다”며 “아픈 사랑이 없는 곳에는 교육이 없다는 대학 은사님의 말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수상 : 마음으로 다가가 사랑 일깨워줘
◆ 몸과 마음의 상처 딛고 졸업까지=최웅 부산 장림여중 교사의 ‘1+10+100=1’은 가출한 아버지와 알코올중독과 당뇨, 심장질환으로 아이를 돌 볼 수 없는 어머니를 둔 정희에게 다가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운 교직 수기다. 새 학년 초부터 결석해 얼굴조차 모르는 정희를 처음 만난 곳은 경찰서.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잡힌 학생 중 한 명이 최 교사가 찾는 학생과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서를 찾았을 때 정희는 이미 16살의 학생이 아니었다. 잘 먹지도 못하고 가출 중 만난 남자들에게 당한 몸과 마음의 상처까지 있었다. 최 교사는 정희를 돕기 위해 동사무소 가정복지사, 부산YWCA, 자원봉사자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병원치료와 심리치료를 받게 한 뒤 학교로 데려왔다. 매일 등교를 같이하면서도 다툼, 흡연, 음주, 무단결석 등 비행이 이어졌지만 고비의 순간들을 함께 넘기며 법정 수업일수 1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졸업을 하고 고교 진한 후 이제는 미용사가 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선생님의 편애를 이해해준 우리 반 친구들=김영자 대구구지초 교사의 ‘첫 사랑 글 설렘 속으로’는 준식이를 학급 전체가 나서 도운 이야기다. 학급 편성 후 첫 날 들어선 6학년 교실에는 준식이가 없었다. 5학년 때도 결석이 더 많았다는 이 녀석은 술로 하루를 보내는 아버지와 아이에게는 관심이 없는 어머니를 둔 가정에서 문제아로 자랐다. 잘 씻지도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는 준식이를 처음에는 반 학생들이 냄새가 난다고 피했다. 김 교사는 이 아이를 직접 씻겼고,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별학습도 했다. 볼 때마다 칭찬을 했고, 다른 학생들의 양해 속에 편애(?)를 이어갔다. 2학기에는 준식이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학생들이 학급회의를 통해 준식이를 돕기로 했다. 돌아가며 도시락 싸오기, 공부 틈틈이 가르쳐주기, 입을 만한 옷 가져오기 등 자발적이고 실천적인 아이들이 모습에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 이밖에도 ▲‘평화의 밀알이 되고 싶었어요’(임노진 인천석암초 교감) ▲‘나 교사, 넌 학생 우린 서로 달라’(김선영 서울천동초 교사) ▲‘잘 지내? 나의 제자 영수아’(김양중 광주 산정초 교사)가 장려상을 수상했습니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