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3 (월)

  • 맑음동두천 2.4℃
  • 맑음강릉 5.1℃
  • 맑음서울 5.1℃
  • 맑음대전 4.4℃
  • 구름많음대구 6.1℃
  • 구름많음울산 6.4℃
  • 맑음광주 6.5℃
  • 구름많음부산 7.5℃
  • 구름많음고창 6.4℃
  • 구름많음제주 8.8℃
  • 맑음강화 3.1℃
  • 맑음보은 3.4℃
  • 구름조금금산 3.6℃
  • 구름많음강진군 6.9℃
  • 구름많음경주시 5.9℃
  • 구름조금거제 7.6℃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사설> 교육본질 회복위해 학부모 손 잡자

매독환주(賣櫝還珠). 중국 고대서인 한비자 외저 편에 나오는 말로, 상자만 사고 구슬은 돌려준다는 뜻이다. 초나라 사람이 정(鄭)나라로 진주를 팔러 갔는데, 값을 높게 받으려고 화려한 장식으로 꾸미고 좋은 향기가 나도록 했다. 그런데 이것을 산 사람은 상자의 뚜껑을 열어 구슬은 버리고 상자만 갖고 가버렸다는 이야기이다. 본질을 버려두고 말단만을 쫓는 풍조를 일컫는 말이다.

현재 우리 교육이 딱 그 꼴이다. 정치교육감들의 포장만 화려한 인기영합주의 정책에 매몰되고, 속으로는 교육공동체간 갈등과 불신을 조장하며, 학교와 교원의 위상과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교육의 본질은 외면 받고 있다. 한국교총이 제2의 새교육 개혁운동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더 이상 이런 교육의 심각한 해체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이다.

교총은 창립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복지 포퓰리즘에서 교육본질 회복으로 교육의 중심축을 돌리고, 학력 중심에서 인성 중심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했다. 또 학습·배움과 교수·가르침의 균형을 찾도록 하고, 공동체간 신뢰를 바탕으로 가정·학교·사회가 함께하는 통합적·협력적 교육개혁을 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개혁운동은 교원단체나 교육자들의 힘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 교총이 제시한 실천 과제만도 무려 200여 가지가 넘는다. 어느 것 하나 교육계의 힘만으로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만큼 교총의 제2의 새교육 개혁운동은 처음부터 학부모와 사회의 협력과 이해를 전제로 하고, 또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보인중에서 학생들의 폭력과 탈선을 예방하고 통학로 주변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패밀리폴(Family-Poll)을 결성한 일이나 폐교위기의 제주 화제초에서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 동문회 등이 합심해 학교 살리기 운동을 펼쳐 학생이 100여 명으로 늘어나고 새로운 학교로 탈바꿈하게 된 일은 이런 협력의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겉치레만 화려한 포장에 눈이 팔려 구슬이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그 이전에 싸구려 구슬을 상자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 파는 일은 더 큰 문제다. 지금 아이 한명을 키우기 위해 온 동네가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은 그런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