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대 기성회 회계 법령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국립대 교수 등 교직원 들은 일부 조항의 문제와 법제화에 따른 처우 악화 등을 우려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최근 국립대 기성회비에서 공무원 직원의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입법예고한데 이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대재정회계법안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교육부의 적극적인 행보는 기성회비 반환소송 2심 판결이 곧 나올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의 1심판결에서는 “대학이 징수한 기성회비는 아무런 법률적 원인이 없이 얻은 부당이익이므로 학생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따라서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올 경우 정부는 아직 법적 효력이 남은 최근 10년간의 기성회비를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지난해 전국 국립대 기성회비 세입이 1조 3355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반환 금액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7월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 해 현재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인 국립대재정회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립대 총장들과 함께 국회의원 면담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립대재정회계법안에 따르면 현재 비국고 회계인 기성회 회계와 국고회계인 일반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이 마련될 경우 기성회비의 무분별한 사용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일반회계의 유연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대학지원실 관계자는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이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국립대재정회계법 내용이 교육부 입장과 같은 만큼 법적근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병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장(부산대 교수)은 “정부가 국립대 회계를 국고회계로 통합하기로 한 것은 동의하지만 기성회 회계 폐지에 따른 보완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교련 등은 국립대 예산이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성회 회계로 보완적 역할을 했던 점을 지적하며 회계 통합 이후 국고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또 법안 중 재정위원회를 설치해 예․결산 심의를 하도록 한 것 역시 집행부서와 심의부서의 일원화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했다.
한편, 1963년 도입된 기성회는 취약한 국립대의 재정기반을 보완하고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만든 일종의 후원회로 학부모 보통회원과 기부자 특별회원으로 구성된다. 주요 재원은 등록금으로 지난해 국립대 평균 연간 등록금 411만 1800원 중 74.5%인 306만 4500원이 기성회비였다.
국립대는 그동안 사립대 교직원과의 보수격차를 줄이고 교직원 교육·연구 성과를 높이기 위해 기성회 회계에서 성과제고비, 교육훈련비 등 급여 보조성 인건비를 지급해왔다. 지난해 유성엽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주요 국립대 교원 연봉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 2643만원, 충남대 1922만원, 경북대 1887만원, 부산대 1837만 원 등이었다.
지방의 한 국립대 교수는 “국립대 중 가장 연봉이 많다는 서울대 교수연봉 수준이 전국 70위권인 점을 감안하면 기성회 회계 인건비가 사실상 연봉 보전 역할을 해왔다”며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줄 것을 교육부와 국회에 당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