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방안이라는데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필수과목화 이전의 전제조건에는 견해 차이를 보였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용섭 의원 주최 ‘역사교육 강화 및 동북아 역사왜곡 대응방안’토론회에 참석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초·중등 학교에서 역사교육 강화와 주변국과의 역사 갈등 해소방안을 논의했다.
◆“현실적 대안” vs “근본 해결책 안 돼”=토론의 초점은 한국사를 수능에서 필수과목화 하느냐에 맞춰졌다. 토론자로 나온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학생들은 한국사가 입시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수능에서 선택하지도 않을 과목이라는 이유로 한국사를 외면하고 있다”며 “수능의 유불리와 학습 분량을 고려할 때 한국사의 선택 비율이 더욱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 대입체제하에서는 입시와 연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안 회장은 “한국사 수능 필수화 주장의 논거는 한국사가 다른 사회탐구 영역 과목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중있게 다루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며 한국사가 사회탐구 영역과 별도의 필수과목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다솜 대학생연합 대한민국홍보동아리 ‘생존경쟁’ 대표(성신여대 사학과)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입시에 맞춰 공부를 하는데 서울대만 국사를 필수로 하다 보니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문제를 진단했다. 현재 ‘생존경쟁’은 한국사지킴이 100만대군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채택을 위한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발제자로 나온 안병우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대표(한신대 교수)와 토론자로 참여한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서울 신현고 역사교사)은 수능필수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안 교수는 “한국사를 수능에서 필수로 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사교과를 독립시키고 역사교과에 속한 과목들 가운데서 하나를 필수로 선택하는 방안이 적합하지만 수능필수라는 원포인트 개혁으로 역사교육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 역시 “사회탐구 10과목 중 한국사 필수로 하는 것은 반대하며 한국사 필수와 사회탐구 2과목 선택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전제한 뒤 “다만 다른 대안을 만들 수 있다면 굳이 한국사 필수를 강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필수 해도 사교육 늘지 않을 듯=토론자들은 한국사를 사회탐구에서 별도로 구분해 필수과목으로 지정해도 학생들의 학업부담이 증가와 사교육이 확대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안 회장은 “기본적으로 학생부담 가중과 사교육팽창의 주원인은 국어, 영어, 수학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된다고 해서 학생들의 부담이 급작스럽게 늘거나 사교육 수요가 확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몇 해 전 탐구영역 과목을 4과목 선택으로 시험을 치렀을 때 국영수 비중이 늘어 사교육이 확대됐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전체토론에 참여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도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한국사 수능필수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며 한국사가 필수 과목이 된다고 해서 한국사 때문에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사 집중이수제에서 제외 필요=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사 수능 필수 외에도 역사 교육 강화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안 회장은 “현재 한국사를 한 학기에 집중이수하고 있는 학교가 많아 학생들이 한국사를 단편적으로 공부하고 있다”며 “일정기간 꾸준한 학습을 통해 역사적 통찰력과 판단력이 길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시간에 쫓기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역사교육 정상화와 균형 잡힌 시민교육’이라는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수능체제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자 안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는 역사 인식을 제대로 갖도록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육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e-콘텐츠 개발, 역사교실 운영 등을 통해 재미있고 내용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안 회장은 학업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초등학교부터 재미있는 한국사 교육을 강화 하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사실적 지식 중심의 역사교육을 역설해 기본적인 암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