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자율형사립고나 특목고 등의 설립이 봇물을 이루며 상위권 학생들이 대부분 이들 학교로 진학하자 일반고의 학력은 저하되고 슬럼화 현상까지 나타났다.
게다가 자사고는 연간 교육비가 대학 등록금에 버금가는 800만 원대에 이르러 서민층 자녀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일반고로 진학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사회 정의의 출발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녀의 성적이 우수해도 비용 때문에 우수한 환경에서 학습 받을 권리가 제한된다면 이는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될 위험을 안고 있다.
전국 2318개 고교 중 일반고는 1524개로 65.7%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그런 만큼 슬럼화에 빠진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일반고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한 교육부가 지난 14일 2015학년도부터 일반고의 필수이수단위를 116단위에서 86단위로 축소해 자율권을 확대하는 등 일반고의 경쟁력 강화를 담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일반고에는 향후 4년에 걸쳐 교당 총 5000만원씩 교육과정개선 비용이 지원된다. 또 진로집중과정을 개설하고 일반고생이 특성화고로 전학갈 수 있는 기회도 열어준다.
‘일반고 살리기’는 상대적 관계에 있는 자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평준화지역의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성적 50% 이내라는 지원자격 기준이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학습분위기 저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자사고 진학을 기피하고 이는 곧 자사고 존립에도 영향을 미친다. 평준화 지역 자사고와는 달리 전국단위 자사고나 기존 특목고에는 오히려 우수 학생이 쏠리는 ‘풍선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자사고, 특목고 등에 밀려 빈사상태에 빠진 일반고를 되살리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고 지원의 핵심인 필수 이수 단위를 줄여 자율권을 대폭 부여한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자칫 국영수 등 입시 과목 위주로 수업이 편성되지 않도록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와 함께 철저한 관리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 또 자사고의 특화된 교육활동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해 일반고와 자사고가 상생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