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이다. 교육부가 13일 내놓은 정책은 ‘일반고역량강화방안’인데 일반고가 어떻게 바뀔까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고 온통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이야기만 무성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고역량강화방안’의 핵심이 자사고의 성적기준 우선 선발권(서울 내신 50%이내)을 없앤 것이기 때문이다. 자사고와 자공고를 죽여 일반고 살리겠다는 것이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진짜 일반고를 살리는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 4년간 교육과정 개선지원비로 ▲학교당 5000만원 지원 ▲우수교사 우선 배정 ▲한 학교 10년 근무 등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한 교원수급을 조절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학급당 학생 수도 25명 수준으로 일반고부터 줄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국가재원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수차례 지적했지만 중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은 없다. 특별교부금 5000만원도 지원하려면, 어디에선가는 줄여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율을 높인 것도 아니고 세금도 더 걷을 수 없다면 말이다.
해답은 이미 올해 자공고 지원(1억에서 7000만원)을 줄였을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내년에는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자공고도 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우선선발권도 없어진다. 교육부는 이를 두고 일반고를 자공고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라 했지만, 자공고 측에서 보면 하향평준화일 수밖에 없다. 언급조차 되지 않는 마이스터고 등 특성화고도 일반고 살리기로 인해 ‘손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정원을 학급당 3명씩 늘리거나 일반고생 전학허용을 권장했기 때문이다. 3명이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1만 명이 넘는다. 차라리 특성화고를 늘리라는 주문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교육도 문제다. 숫자가 줄어든 만큼 바늘구명이 된 특목고 준비반은 자사고 이전 수준으로 팽창할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하다. 우선선발권이 사라져도 살아남는 자사고는 그야말로 ‘귀족학교’화 될 것도 뻔하다. 사회통합전형(현행 20%)폐지로 장학금 혜택은 1~2명에게나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남수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사고를 죽이겠다는 게 아니고, 건학이념을 살리자는 것”이라며 “고교서열화를 극복하고 수평적 다양화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설립 취지에 반하면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를 돌려 말한 것이다. 선발우선권을 갖는 외국어고·국제고, 과학고, 비평준화지역 자사고와 전국단위 자사고 등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지난달 이미 전국 모든 외고(31개교)와 국제고(7곳)의 ‘교육과정 현황’을 점검, 실태파악도 끝냈다. ‘이과반’ 운영 등 부당행위가 적발되면 취소할 수 있도록 입법예고도 금주 중 할 방침이다. 소급적용은 할 수 없다고 해도 앞으로는 언제든지 취소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서 장관의 수평적 다양화는 3불정책의 핵심인 ‘고교등급제’를 되살리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평적 다양화’를 통한 교육의 수월성 추구가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대학입시가 국‧영‧수 중심이고, 대학들이 내부적으로 고교를 등급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22일 발표 예정인 입시정책에는 이 모든 의문을 풀어 줄 획기적 대안이라도 포함된 것일까. 글쎄, 크게 기대는 되지 않는다. 대학은 태생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고자 하고, 이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학 자체가 죽느냐, 살아남느냐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