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용율 3~4%돼야 재정 '건전' 인천‧경기 1~2%까지 떨어져 실제 ‘남은’ 돈 없고 빚낼 판 환경개선비 ’09년 대비 1조↓
교육부 무상교육 국고 5000억 요구에 기재부 “한 푼도 못줘“
“돈은 남았지만 체육관은 못 지어주겠소.”
보편적 교육복지가 확대되면서 극심한 예산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이 체육관 등 시설 신·증축을 제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도내 공립 초중고교가 사용하지 않고 남기거나 올해로 넘긴 예산이 3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 ‘예산부족’ 주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불용’예산 문제를 짚은 일간지 기사 내용이다. 학교들은 2166억원(명시이월 1798억원, 사고이월 359억원)을 올 회계로 이월시켰으며, 의회가 사전 동의한 ‘명시이월’이나 계약자 부도․한파 등으로 인한 ‘사고이월’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남긴 ‘순세계잉여금’ 즉, 불용액이 915억원(2.4%)에 달했다는 것. 남는 돈 두고 ‘예산부족’을 주장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잘못이라고 예산전문가들은 말한다. ‘불용’예산은 돌려쓰면 삭감 조치하기 때문에 예비비로 편성해 내년 예산에 포함한다. 연말 보도블록 공사 등에 쓸 수 없도록 하는 장치라고 보면 된다. 최근 17개 시‧도의회에 따르면, ‘불용’이 없는 시‧도는 없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관계자는 “시‧도교육청 불용율은 2012년 기준 3.6%(1조원정도), 정부는 4%로 아직은 적정 수준”이라며 “재정이 열악할수록 불용율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월할 금액이 적어 빚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1~2%로 떨어진 인천이나 경기도의 재정난 호소가 ‘엄살’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재정난의 원인이다. 경기도의 경우 무상급식 등 수직적으로 늘어난 복지예산이 원인이다. 복지예산은 급격히 늘면 불용액 예측이 어려워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것. 예를 들어 시설 낙찰률은 87% 정도를 유지하지만, 무상급식 등은 단가인상 등 변수가 많아 예측율이 떨어져 불용율을 낮춘다. 결국 “돈은 남았지만 체육관은 못 지어주겠소” 같은 사태는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 지원을 위해 ‘학교환경개선비’(2009년 대비 1조원 가까이 줄어)를 삭감해 일어난 것이지, 실제로 ‘남은’ 돈은 없다는 뜻이다. 물새는 학교, 냄새나는 화장실, 전기료 때문에 찜통교실을 참아야 할 만큼 학교가 돈이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고교무상교육 범위를 공약보다 넓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국고지원 5000억을, 교총이 교부금 인상과 무상교육 재고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기재부가 국고지원은 한 푼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이대로 가면, 무상교육도 누리과정 꼴이 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2012년 도입 당시 누리과정은 지방재정이 매년 3.5조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 국고보조 없이 시작됐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재정은 2.6조원 증가에 그쳤고 나머지 1조원은 고스란히 교육청 몫이 됐다.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경기교육청이 11월부터 지급을 못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지난 7월 교육재정포럼에서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교육이 부실해지는 상황은 절대 피해야 한다”며 “복지의 본질은 교육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고교무상교육보다 시급한 것은 5조원이 넘는 수익자부담경비 해소, 4년 동안 1조원이나 줄어 든 학교 환경개선비의 정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