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결과가 예상되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또 나왔다. 지난 20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일반고 점프업 추진 계획안’이다. ‘일반고 점프업’이란 용어를 보면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의 후속 대책처럼 보인다. 그런데 꼼꼼히 살펴보면 ‘일반고 살리기’가 아니라 오히려 ‘일반고 흔들기’에 더 가깝다.
핵심은 ‘거점학교’ 지정에 있다. 소질이나 적성이 제각각인 아이들에게 거점학교를 통해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음악·미술·체육·과학·제2외국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27개 거점학교를 통해 특정 요일이나 방학 때 해당과목을 배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별로 2~3명씩 뽑은 수학이나 영어성적 우수 학생들은 교육지원청별로 1곳씩 지정한 거점학교에 모여 별도 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거점학교로 지정되면 해당 학교는 운영비 명목으로 수억 원씩 지원받는다. 이렇게 되면 예산지원을 받는 42개교와 지원을 받지 못하는 184개 일반고간의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이고 자칫 학교 서열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지나친 입시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자사고 신입생을 성적이 아닌 추첨으로 뽑겠다는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 방안과도 어긋난다.
학교별로 영어, 수학 잘하는 학생을 거점학교에 모아 가르친다면 교육청이 나서서 공식적으로 입시과외를 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지금도 대부분의 일반고에서는 영어, 수학같은 도구과목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심화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소수의 학생을 또 선발해 거점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면 이것이 명문대 진학반하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문용린 교육감은 지난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혁신학교 조례안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혁신학교는 곽노현 전 교육감의 대표정책으로 선정된 학교는 추가 예산을 지원받는다. 그런 마당에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을 명분으로 거점학교를 또 만들어 특정학교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겠다면 삼척동자도 혀를 찰 일이다. 도대체 교사나 학부모 의견을 수렴했는지 궁금하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보여주기식 정책, 이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