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벽화 보며 여러 국적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자긍심 갖기를
색색의 물감 통이 학교 앞에 펼쳐지고 앞치마에 붓을 든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개천절인 3일 경기 호원초(교장 이보령)의 정문 앞 풍경이다. 지난달 27일부터 호원초 학부모와 학생, 선생님들은 정문 옆 공간에 벽화 그리기를 시작했다. 밑그림부터 채색까지 일주일이 꼬박 걸렸다.
그런데 이 벽화, 바다나 꽃 등 여느 학교의 담장을 장식하는 그런 벽화와는 조금 다르다. 유네스코 건물이 있고 여러 피부색의 아이들이, 여러 나라의 국기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다.
호원초는 안양시 내 초등학교 중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가장 많이 재학 중인 학교로 경기도교육청 지정 다문화가정 교사·학부모 동아리 운영교이기도 하다. 베트남, 일본, 호주, 태국, 멕시코, 필리핀 등 다양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17명이 재학 중이다.
HOGES(호제스)라는 이름의 다문화가정 학부모 동아리도 이 아이들의 원활한 학교생활과 교육을 위해 구성됐다. HOGES는 HOwon Glocal Education Supporters의 약자로 ‘호원의 지구촌 교육을 하는 서포터즈’라는 뜻이다.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을 기반으로 다문화 가정의 아이를 돕고 싶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서, 혹은 아이에게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동참한 13명의 한국 국적 어머니와 외국 국적 어머니 6명으로 이뤄져 있다.
HOGES 연간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벽화 그리기 작업은 전교생 가정에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취지를 설명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디자인을 공모했다. 네 학생의 가정에서 디자인을 보내왔고 이중 미술 전공자인 한 학부모가 네 개의 시안을 조합해 최종 밑그림을 완성했다. 벽화 그리기에 동참한 사람만 해도 학부모 20명, 학생 25명,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교사 3명, 졸업생 2명까지 50명에 이른다.
동아리 운영 교사이자 벽화 그리기 작업을 기획한 서화진 교사는 “벽화는 기관의 첫 이미지를 나타내는 얼굴과도 같다”며 “벽화를 통해 학교의 여러 활동을 드러내 보이고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도 등교할 때마다 마주치는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이 여러 국적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