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일이 직업이라는 것…가치·보람 높아
퇴직 후에도 배우고 나누며 봉사하는 삶 살 것
명퇴 교사 급증, 아픈 교단 현실…제도적 장치 필요학교에 있어 헤어짐의 달인 2월.
2월의 정점을 향해가던 어느 날, 본지 편집실 앞으로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한 교사의 아내가 퇴직을 앞둔 남편에게 쓴 글이었다.
정년·명예퇴직 등으로 교단을 떠나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편지의 주인공인 전경림 교사(서울 상경초 교사·사진)를 만나보기로 한 것은, 굳이 아내의 편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보통의 교직생활을 해오다가 보통의 퇴직을 준비하고 이후의 특별한 삶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주변 ‘보통’의 선생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인터뷰 일정을 잡고 학교를 방문한 11일, 전 교사는 짐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37년이라는, 그가 교직에 몸 담았던 시간만큼이나 손때 묻은 물건들이 많이 보였다.
“아직 교단을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목표도 있고 계획도 있어 설레는 마음이 더 큽니다.”
퇴직을 앞두고 서운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뛰어나진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고 큰 사고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며 “평범하지만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평생을 몸 담았던 직업이 다른 누군가를 가르치는, 보람되고 가치있는 일이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특별하다는 설명이다.
37년의 시간동안 한길을 걸을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그의 책임감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결근한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며 원리원칙을 지켜 온 그의 별명은 ‘막대기’. 학기 중에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미국에서 진행된 자녀의 약혼식에도 불참하고 목에 혹이 생겨 마이크 없이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때에도 반년동안 수술을 미뤘다.
명예퇴직 교사가 급증하고 있고 그 가장 큰 원인이 학생 지도와 학부모 상대에 대한 어려움 때문이라는 분석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37년동안 교권과 교사 위상은 급속도로 추락했습니다.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데 학생들이 교사 말을 따를까요? 실제 많은 선생님들이 상처를 받고 있고 이로 인해 교단을 떠나는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그는 “사회적인 인식 개선 측면에서는 이미 한계가 나타났기 때문에 교사들이 다시 교권을 되찾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문제학생 상담을 위한 전담교사 배치, 교권사고 발생시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해외봉사에 대한 교육을 수료하고 내년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로 3년간 봉사활동을 떠날 계획을 갖고 있다. 의료 사각지대인 그곳에서 어려운 아이들과 주민을 돕기 위해 침술원에서 정규교육과정까지 수료하고 현재는 임상연습 중이다. 서울교대 음악콩쿨에서 3년 연속 교대총장상을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그의 리코더 연주 실력 역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도 발휘될 예정이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건강’”이라며 “건강한 삶과 더불어 주변을 돌아보며 나의 노하우·경험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보람있는 삶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는 제2의 스타트라인에 함께 서있는 ‘퇴직동기’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