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여파로 교육부는 지난달 21일, 올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각 시·도교육청의 체험학습 전면 보류나 취소 결정도 잇따랐다. 교총이 실시한 설문결과에서는 응답 교원 68%가 학년 단위 대규모 수학여행 폐지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어떻게 수학여행의 안전을 담보하고 있을까. 세계 각국의 수학여행 안전 대책을 조명해본다.
네덜란드에서는 학교나 재단 운영위원회가 수학여행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사전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통지한다. 학부모는 안전과 교육효과에 대한 학교의 계획을 믿고 자녀를 여행에 보낸다.
네덜란드의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은 학교에서 가는 여행이라는 뜻에서 스쿨라이스(schoolreis, 학교여행)라 불린다. 보통 유·초등생은 국내로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고, 중·고교생들은 많은 학생들이 함께 장기간 국외로 수학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런 국외 수학여행은 주로 고1~2학년(klass 4~5) 때 많이 떠난다. 여행국가는 학생들의 여론조사를 통해 선택하는데 학생들은 주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선호한다. 3박 4일 정도의 일정에 대형버스나 선박을 이용해 이동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학교여행을 떠나기 최소 6개월 전부터 여행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긴 서류를 각 가정으로 보낸다. 이 서류에는 학생들이 갈 여행지와 숙박업소에 대한 정보, 일정, 가입하게 되는 보험의 종류, 이용하게 될 버스나 선박회사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들어 있다. 안전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학부모가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이런 정보를 보며 학생들이 방문할 장소가 어디인지, 어느 회사 소속 버스나 선박을 타고 여행을 갈 지 한눈에 다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여행정보에서 일정이나 숙박 장소, 버스나 선박회사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학부모는 학교 측에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수학여행에 문제가 없도록 여행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6개월~1년 전부터 반영하는 것이다. 여행의 안전 뿐 아니라 비용 문제에서도 이런 배려는 이어져 비용이 부담될 경우 미리 나눠서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 수학여행의 내용은 각종 체험학습으로 이뤄진다. 각 나라의 유적지나 명소 등 역사적인 현장에 대한 체험뿐만 아니라 중·고교생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외국어를 실습한다는 교육목적도 있다. 학생들은 방문하게 되는 나라에 따라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를 직접 현지인들을 상대로 사용해볼 수 있기 때문에 수학여행기간이 곧 언어연수기간이 되기도 한다. 이런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그룹별로 직접 외국인들을 만나 할 수 있는 과제를 내주기도 한다.
여행일정은 이런 교육 외에도 각종 극기 훈련이나 체험활동 등으로 구성된다. 숙박은 주로 유스호스텔 등에서 하면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것도 체험활동의 일부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에는 학교여행전문사이트(schoolreis.nl)와 잡지도 있어 각 학교들이 학교여행에 대한 정보를 공유, 교환하고 있다. 학교여행전문사이트는 현직 총리인 마르크 뤼터(Mark Rutte)도 게시판에 “중·고교시절 로마를 다녀온 수학여행이 역사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싶은 욕심까지 들었을 정도”라고 여행경험을 올려놓을 정도로 수학여행의 추억을 나누는 장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