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초·중·고·대학의 모든 교육과정이 열려 있다. 중학교 때부터 계열이 나뉘지만 학생이 실력만 되면 계열 간 전학이 가능하다. 우수학생은 월반이나 조기 상급학교 진학도 가능하다. 이런 열린 교육과정은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네덜란드 교육의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열린 교육과정 운영의 중점은 학교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초등학교는 학생의 학습 능력과 학교에서의 생활태도 등을 반영한 학년말 성적이 탁월한 경우 월반이 가능하다. 월반을 할 때는 한 학년을 통째로 건너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3학년에서 5학년으로 월반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에 학년말 성적이 부진해 평균 점수가 6점 이하인 경우는 유급제를 적용해 같은 학년을 한 번 더 다니게 하고 있다.
중·고교는 학생의 수준에 따라 인문계중·고교(VWO), 보통중·고교(HAVO), 직업계중·고교(VMBO) 등 세 계열의 학교로 구분된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안 해 직업계중·고교로 진학했을지라도 학년말 성적이 우수해 평균 8.0을 넘게 되면 보통중·고교로 편입이 가능하다. 보통중·고교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면 또 다시 인문계중·고교로 편입이 가능하다.
반대로 인문계중·고교로 진학한 학생이 학년말 평균성적이 6.0이하이면 먼저 1년 유급하게 되고, 2년 연속 유급이 계속되면 보통중·고교로 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보통중·고교에서 성적이 저조하면 직업계중·고교로 가야 한다.
학생의 실력에 따라 인문계와 직업계 간 편입의 길이 열려 있어 우리처럼 한 번 계열이 정해졌다고 해서 끝까지 그 학교를 졸업한다는 원칙이 적용되지는 않는 것이다.
이런 제도 때문에 네덜란드 중·고교에서는 학교로 직업계중·고교나 보통중·고교에서 인문계로 가는 학생은 물론 반대로 인문계에서 직업학교로 가는 학생도 적지 않다.
각 학교들은 학년말이 되면 먼저 학교를 불가피하게 옮겨야 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교사간담회나 토론회는 물론 학부모 상담까지 아주 활발하게 진행한다. 이런 과정에서 학부모나 학생의 의견도 학교 선택이나 편입에 상당히 영향력을 주고 있다.
열린 교육과정은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도 학문중심의 대학(WO), 상급전문대(HBO), 중급전문대(MBO)으로 구분된다. 같은 계열의 중·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도록 구분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급전문대에 진학한 학생이 학문중심의 대학으로 가고 싶은 경우 1학년을 마치고 성적이 우수하면 얼마든지 대학을 옮겨갈 수 있다. 반대로 학문중심의 대학에 다니다가 공부보다는 실무중심의 대학에서 현장실습을 더 많이 배우고 싶다면 상급전문대로 편입도 가능하다.
이처럼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교급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면 얼마든지 인문계로 편입이 가능하고, 공부를 안 하면 직업계로 편입해야 한다. 네덜란드가 이렇게 계열 간 편입이 가능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최대한 학생 능력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이 곧 ‘평등교육’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