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전학년, 중학1·2학년에 이어 올해부터 고교 1학년에도 7차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지만 '현장 정착'의 가능성을 두고 정 반대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청은 '별 문제없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는 반면, 현장교사들의 의견은 이와 다르다. 이런 평가는 지난 1년간의 중학교 1학년 7차교육과정에도 같이 적용된다.
교육청의 교육과정담당 장학사들은 "시행 첫 해란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만족스런 수준"이라고 지난해 중학 1학년의 7차교육과정 운영을 평가하면서, "고등학교도 비슷하지 않겠느냐"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린다. 반면 중학교 교사들은 "땜질 식 파행운영의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폄하하면서 "중학교가 제대로 시행 안 됐는데 고등학교에서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경향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땜질식 운영의 사례로 창의적 재량활동을 들었다. "재량활동을 담당할 수 있는 교사가 부족하다 보니, 학생의 교육 욕구와는 상관없이 시간이 남는 교사가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교육부의 원래 구상과는 전혀 다른 교육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교원들이 7차교육과정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수정고시를 주장하는 교총과 전교조의 반대와 함께 '이론과 현실간의 괴리'가 손꼽힌다. 그러다 보니 7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있는 많은 교사들은 '교육 따로 보고서 따로'의 '이중장부'식 교육을 할 수밖에 없어 "심적 갈등과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지난해 지역 교육청의 7차교육과정 자료제작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육청에서 만든 자료가 학교 현장에서는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7차교육과정의 비현실성'을 토로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이중 장부식 교육'의 예로 수준별 교육과정을 들었다. 그는 "이동식 수준별 수업을 하다보니, 열등반 수업을 진행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영어·수학 등 단계형 수준별 수업의 경우, 열등반 학생들을 승급시키기 위해서는 특별보충수업을 해야 하는데, 열등감 때문에 학생들이 모이지 않더라"고 했다. 결국 "기존의 방식대로 수업하면서, 수업지도안은 수준별수업에 맞춰 제출했다"는 것이다.
실업고의 반응은 더 차갑다. 실업고 교사들은 "항상 그렇지만 7차 교육과정에서는 실업고가 더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한다. 조재완 교사(안양 근명여정보산업고)는 "10학년(고1) 편제는 실업고와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상의 10학년은 대부분 인문과목"이라 "고교 1학년 때는 실업계 전문수업을 할 수 없어 기술 습득을 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업교육의 특성을 무시한 교과통합도 7차교육과정의 큰 걸림돌로 거론된다. 과목수를 줄이기 위해 억지로 통합하다보니, '과목은 통합됐으나 교사는 통합되지 않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영역이 전혀 다른 토목과 전자과목을 통합하는 식이다 보니, 교사들이 다른 영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술·가정 통합도 마찬가지 경우. 50대의 한 기술교사는 "여학생들에게 재봉을 가르치려고 아내한테 배워도 봤지만 도저히 가르칠 수 없더라"며 힘겨워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의 김광하 장학사는 "실업과목의 특성상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충분한 연수"와 "신설과목에 맞는 교원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황인표 교사(서울 보성고) 교육과정의 단절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고교 1학년의 7차 교육과정에는, 중2 때 배운 6차교육과정의 내용들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교직안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수준별 이동수업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다'는 서울의 한 사립고는 선택과목이 아닌 국어·영어·수학까지도 시간강사로 충원하고 있다. 교총의 조흥순 정책연구소장은 "교육청에서 정규교사 채용을 억제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간강사의 충원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김 장학사는 "6차에서 7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현상"과 "교육여건개선사업으로 학급수가 증가했지만, 학령인구 감소가 예상돼 때문에 정규 교사를 뽑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교원수급은 선택중심교육과정이 적용되는 내년이 더 큰 문제다. 각 학교에서는 올 8월까지는 내년도 교육과정을 편성해야한다. 그래서 9월까지는 교과서를 신청하고, 교육청은 교원수급을 조절해야 한다.
지금 고교에는 6차와 7차교육과정이 혼재 하고 있다. 그래서 "재량활동을 해야하는 1학년은 7교시까지 수업하는 반면, 2·3학년은 6교시까지만 남아있는 기현상"도 있다. 교사들은 "7차교육과정을 위한 교육여건개선사업으로 학급당 학생수는 줄었지만 수업부담은 오히려 늘었다"고 푸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