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성과 오류로 인해 논란이 됐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발행체제 전환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육부는 국정발행을 추진하는 쪽으로 의지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 의견은 찬반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27일 “어느 나라 역사나 사실과 평가 두 가지가 있지만 사실이라도 하나로 가르쳐야 나중에 국론분열의 불씨를 만들지 않는다”며 “한국사는 공통으로 배워야 할 부분을 다루는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국정교과서 추진을 염두 해 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황 장관은 “9월말까지 공청회 등을 통해 많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6일 열린 교육부 주최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토론회’에서는 국정전환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엇갈렸다.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한 12명 가운데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전문가는 반대 5명, 찬성 3명, 중립 2명이었다.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바뀔 경우 집권세력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국정 추진은 반역사적, 비학문적,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 검정체제에 대해서는 “현행 방식도 학국사학계의 다양한 견해와 새로운 연구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검정기준을 완화하고 오류를 줄이기 위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도 “현재 국정으로 역사를 다루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가 특정 대중 역사서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있다”며 “국정으로 교과서를 만들면 질 좋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허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7가지 검정교과서가 있는 경우 불완전하거나 편향된 7가지 역사관점을 가치관 형성기의 학생들에게 퍼붓는 셈”이라며 “특정 진영을 편들고 공동체의 분열을 가속화 하는 방향으로 국사를 가르치는 것은 공교육의 기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재범 경기대 교수도 “전 국민이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화를 한다 해도 1970~80년대처럼 획일적인 교육은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정화의 필요성을 옹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관순 열사에 대한 편향적 평가에 대해 참석자간 설전이 벌어졌다.
홍후조 교수가 “역사를 전공한 집필자가 유관순 열사를 모를 리 없는데 이를 한 마디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고의가 있는 것으로 이것이야 말로 편향성”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4종은 유관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인 교수는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들어 낸 영웅이라는 역사학계의 연구가 있기 때문에 이를 기술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