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온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역대 최악의 참사였다. 꽃다운 나이의 어린 학생들이 희생됐기에 슬픔은 더욱 컸다. 이 슬픔 속에서 자살한 사람도 있고, 단란했던 가정이 깨지기도 했고,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사상 최악의 참사, 뒷수습 지리멸렬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돌봄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인데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그 뒷수습이 지리멸렬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에는 이 같은 참사 후 어떤 대처를 했을까? 죽음교육(death education)의 관점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죽음의 철학자' 알폰스 디켄은 ‘인문학으로서의 죽음교육’에서 외국의 몇 가지 대형 참사 사례를 제시하면서 죽음에 대한 준비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1977년 호주의 뉴 사우스 웨일즈 파라마타시 근방의 그란비르 역에서 만원 통근열차 위에 갑자기 철근 다리가 낙하해 승객 83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생겼는데, 대부분이 블루마운틴이라는 작은 마을의 지역 주민들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부 유가족과 주민들은 자신들과 동일한 비극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가를 초대, 전국 상실 및 비탄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Loss and Grief)를 창설했다.
1994년부터 매년 10월 세 번째 주 일요일부터 8일간을 ‘비탄계몽주간’으로 설정해 매년 테마를 정해 각 주의 도시에서 독자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중고등학교에서는 ‘비탄교육의 날’을 정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각종 상실체험을 경험하면서 대응방법을 습득케 했다. 호주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의 상실체험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가로부터 비탄교육을 받는 것이 현직교육에서 의무화 돼있다.
1988년 스웨덴에서도 스톡홀름의 어느 초등교 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 34명이 버스를 타고 영국여행을 가다 노르웨이 부근 터널에서 벽에 충돌해 학생 12명과 학부모 3명이 사망하고 다수 중상자가 속출했다. 갑작스런 사고로 학교 측에서는 무엇을 해야하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면서 전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 사고 이후에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초·중 교장, 보건·심리학 교사, 간호사로 구성된 위기대응팀을 구성해 위기상항이 일어났을 때 곧바로 다각적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학교에서는 부모와 교사, 친구들이 갑자기 사고를 당하는 사태를 상정해 연습하기도 하고, 각종 긴급사태 발생 시에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죽음에 대한 준비교육’과 ‘비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상 두 가지 사례에서 사후대책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우리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죽음교육’에 관심을 더욱 가져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자연적 종말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예방이 가능한 죽음. 즉 전쟁, 자연재해, 안전사고, 환경오염, 교통사고 등에 보다 강력한 에방교육이 가정, 학교, 사회에서 전개돼야 한다.
참사예방 위해 죽음교육 의무화 필요
사랑하는 물건, 동물, 사람들의 상실에 따른 비탄의 감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큰 충격으로 가슴에 쌓여 정신병적 질환을 유발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치유해 줄 수 있는 민간·정부 차원의 시스템이 완비돼야 한다. 나아가 교사양성기관에서 죽음교육을 의무화해야 하고, 이를 현직교사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연수나 매체 등을 통해 다각적인 방법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