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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장·교감 수업은 자충수

지난 16일 경기도 교육감은 ‘내년부터 교장 교감도 수업할 수 있게 하겠다’는 파격적 발언을 했다. ‘무상 이벤트’로 빚더미에 앉는 바람에 각급학교의 기간제교사를 대량 해고해 수석교사, 진로교사에 수업을 떠넘기는 상황에서 교장, 교감 수업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참으로 황당한 자충수다.

어디 교장, 교감이 수업도 없이 무노동으로 노는 사람인가. 물론 한가하게 지내는 소수의 함량 미달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수는 학교와 학생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사도의 길을 걸어왔고 경영에 대한 업무와 복잡한 현안들로 머리가 희끗해진 사람이다. 대부분 교장, 교감들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학생과 대화하고 시간을 내 전교생 대상 강의와 훈화를 한다.

교육자를 노동자 개념으로 보며 교육계의 원로인 교장들을 단순 급여생활자로 더 이상 홀대하지 말기를 바란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백년의 지혜’를 얻지 못할망정 단순한 노동의 효용가치에만 치중해 직무를 폄하하고 교실로 들어가라는 것은 좀 과한 것은 아닌지.

교육감에게도 젊은 시절에 존경하던 교장, 교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린다면 지금의 거친 표현을 누구나 공감하는 가슴의 언어로 바꿨으면 한다. 교육은 ‘예’의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더러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인의예지를 고루한 것으로 치부해 진보의 전횡을 보이는데, 이것은 매우 편협하다.

우공이산에 가까운 교육감의 사상은 왠지 교육에 대한 깊은 사유와 고민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어떻게 하던지 이 교육감은 잃을 게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손해는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감만은 주민직선제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외도의 길을 가던 사람이 야심만으로는 질 좋은 명품교육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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