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진로교육에 대한 논의는 핀란드 국가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진로교육(opillaanohjaus)’ 수업에 초점을 둔 듯하다. 그런데 ‘학생진로교육’ 수업은 전체 222단위 중 2단위에 불과하다. 1단위의 연간 수업은 38시간이다. 그렇다고 기초학교 9년 동안 76시간의 수업만으로 진로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에서 진로교육의 목표는 세 가지로 매우 포괄적이다. 첫째는 자아정체성 확립, 장점의 발견, 타인과의 차이에 대한 이해 등을 주제로 하는 ‘학생의 성장과 발전 지원’이다. 다음은 학습 능력의 배양, 과목 선택 및 학습 계획 수립 지원, 상급학교 진학에 필요한 기초 학습 지원을 목표로 하는 ‘학습과 학업 능력 지도’다. 마지막으로 상급학교 진학지도와 직업 선택에 필요한 체험을 중심으로 하는 ‘직업과 삶의 계획 지도’다.
이런 목표에 따라 핀란드의 진로교육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초학교 6학년까지의 진로교육은 학습 활동과 학교생활 적응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있다. 진로와 직업에 대한 탐구와 체험이 기초학교 고학년에 속하는 7~9학년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질 뿐이다.
이처럼 학생 학습지도와 진로교육에는 일정한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대학에 입학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날까지 개인맞춤형 진로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집중적인 진로교육은 유치원에서 기초학교 입학, 기초학교 6학년에서 7학년 진급, 9학년에서 상급학교 진학 등 세 번의 과도기에 시행한다. 진로지도 교사는 기초학교 1~2학년, 3~6학년, 7, 8, 9학년에서 정해진 주제들을 참조해서 지도한다.
이를테면 한국의 중학교에 해당하는 7~9학년의 교장, 진로전담교사, 특수교사는 기초학교 6학년생들을 찾아가 사례를 중심으로 고학년 과정에서 학교생활의 변화를 소개해야 한다. 6학년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원활한 고학년 생활을 위해 학생 개개인의 강점, 학습 지원 필요 등 개별 학생에 대한 정보를 담은 차트를 고학년 방문자들과 함께 작성한다.
4~5월에는 6학년 학생들이 8월에 시작되는 고학년 학교에 대비하기 위해 7~9학년의 학급 동료, 과목담당 교사, 진로담당 교사들과 사전 만남을 갖는다. 미리 충분한 정보를 획득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인문계고와 직업학교를 선택하는 과도기에 속하는 기초학교 졸업 전의 9학년생들은 직업생활 탐구(TET = työelämään tutustuminen)에 참여한다. 9학년생들은 2주 동안 학교에 가지 않고 직장인들이 근무하는 직업 현장으로 향한다.
이 제도는 학생들에게 직업 현장 체험을 통해 미래의 직업을 탐구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직업생활 탐구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미래에 선택하고 싶은 직업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고,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현장 체험을 통해 학생은 선택한 직업에 종사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