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교육부, 개혁추진단 가동
30명 이하 학교 메스 가할 듯
‘농어촌교육 황폐화 초래’ 비판
정부가 지방교육재정 개혁 차원에서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농어촌 살리기’나 ‘저출산 대책’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너무 근시안적이고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 효율화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함께 조만간 추진단을 꾸리고 세출 개혁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그러면서 ‘적정규모 학교육성(소규모학교 통폐합)’이 우선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했다.
교육부 측은 “지방교육재정 부족 문제가 계속 되고 있지만 당장 교부금법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 세출에 대한 효율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적정규모 학교육성, 불용액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방안 추진을 위해 소규모학교 현황은 물론 문제점까지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소규모학교 기준은 ‘학생 수 60명 이하’로 전국에 1750여 개교, 전체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이 중 600여 개 정도인 ‘30명 이하 학교’부터 통폐합 대상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역 관계자들은 당장 눈앞의 효율성 보다 멀리 내다보고 작은 마을을 살리는 방향성이 중요하며 이에 따라 소규모학교 살리기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충남 지역의 한 초등 교장은 “현재 농어촌은 젊은 연령층이 부족한 만큼 귀농 지원을 위해 교육여건 조성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너무 졸속으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강원 지역의 고교 교사는 “학교가 없는 마을의 경우 젊은 인력은 거의 없고, 자녀 출산도 이어지지 못해 점차 생명력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이런 방안은 교육부 장관 지시사항으로 알려졌으며, 사실일 경우 교육부에 대한 정체성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교육부 내부에서도 다분히 부정적이다.
교육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는 기획재정부가 수년 간 교육재정교부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동일한 내용인데, 교육계를 지켜야할 우리가 이에 동조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며 “교육계의 현실을 감안한 정책을 펴야한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정부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교육부를 압박한 결과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교육계 간 불신과 갈등도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1월말 열린 올해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지방교육재정 개혁을 주문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지방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발언을 이어갔다.
이런 발언이 교부금 축소로 받아들여지면서 지방교육재정이 총체적인 ‘개악’을 맞이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와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현황 분석 및 개선 방안까지 마련한 상황이며, 이에 따라 교부금 개혁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적잖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교육계 전반은 술렁이고 있으며, 한국교총은 물론 전교조도 교부금 축소 논의 중단을 함께 요구하는 중이다.
당장 살림살이에 타격을 입는 시·도교육감들은 당연히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감들은 “갈수록 재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마당에, 또 학급수와 시설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이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