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은 지난달 16일 고교 1학년생 중 40명 희망자를 대상으로 1년간 창의적 자율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내 첫 고교 자유학년제 프로그램 ‘오디세이 학교’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내년엔 희망자를 더욱 늘리기로 했으며, 중3 대상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발표한지 20일 정도 지난 현재 고1 이하 자녀를 둔 일부 학부모들 시교육청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 오디세이를 하자니 학력저하 걱정이 들고, 안 하자니 손해 보는 것 같은 걱정에 빠지는 등 딜레마가 생긴다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생을 자녀로 둔 A학부모는 “중학교 때 한 학기 동안 자유학기제를 한다 하고, 고교에서는 아예 1년 간 자유학년제를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공부는 언제 해야 되나”라면서 “물론 희망자에 한해 선발한다고 했는데, 일단 되면 스펙에 좋은 것 아닌가 생각도 들어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중3 자녀를 둔 B학부모는 “아무리 요즘 대세가 진로교육이라 하지만 이러다 공부의 감을 잃게 되면 10여 년 전 학력저하 문제로 고생했던 ‘이해찬 세대’가 떠올라 겁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로부터 이 같은 고민이 나오는 이유는 조희연 교육감이 공약을 뒤집어 부적응학생 대상이 아닌 학생을 선발한다고 말을 바꾸고, 또 소수정예 운영에 적잖은 금액을 투입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오디세이 학교 협력기관으로 선정된 ‘꿈틀학교’, ‘공간민들레’, ‘아름다운학교’ 세 곳의 기관장들이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나오자 학부모들은 ‘특혜 학교’란 생각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4일 위탁교육을 맡을 협력기관 공모를 시작(공고 제2015-35호), 약 보름 만에 초고속으로 선정하며 이런 의혹을 자초했다.
운영방식은 주5일 중 월요일만 교과 코디네이터에게 지침을 받고, 화~금까지는 민간 대안학교에서 지내게 된다. 그런데 무려 1년 간 이렇게 지내다가는 공부에 대한 감을 잃을 수 있으며, 이를 만회하려다간 자칫 사교육비가 더 들게 된다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또 기존 운영 중인 ‘위탁대안학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적 올리기용’ 악용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부적응학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서울의 C위탁대안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약삭빠른 학생이 와서 성적 올리기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털어놨다.
오디세이도 이런 방식으로 악용되지 말란 법이 없지만, 이를 방지할만한 대책 또한 사실상 전무하다. 시교육청도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기소개서와 학부모 동의서만 보고 뽑는 상황에서 이런 우려 사항들을 확실히 날릴만한 근거는 없다.
이런 학생에겐 오디세이가 성적도 올리고 스펙도 쌓고, 또 위탁대안학교에 갈 경우 걱정해야 하는 ‘부적응학생’이란 낙인도 없어 1석 3조의 효과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헬리콥터맘들의 관심이 많긴 하나, 우리가 원하는 학생은 자기 주관이 뚜렷해야 한다”라며 “시행 전까지 대책을 충분히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제점이 적잖지만 시행까지 이제 경우 1달 반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학기 중 너무 무리한 졸속 진행이란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차라리 더 검토하고 다듬어서 내년 3월 학기 시작이 나았다는 내부의견도 나오는 중이다.
시교육청은 이달 중 지역교육청 별로 네 차례 설명회를 연 뒤 5월 초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기존 고교 체제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학교유형과 교육과정을 만듦에 있어 현장타당성을 고려하지 않는 등 혁신학교와 같은 모험적 실험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아직 학교현장의 평가와 학교에게 미치는 교육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교에서까지 이와 유사한 고교 자유학년제를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갑자기 발표, 시범운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