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재단들이 기간제 교원임용을 남용함으로써 교직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교육당국은 기간제 교원 숫자조차 공개하지 않는 등 안일한 자세로 대응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4월 한국교총이 전국 2378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기간제 교원 숫자는 공립은 학교당 평균 3명 꼴이지만 사립은 8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립 고교의 기간제 교원 숫자는 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막상 교육부는 적극적인 해결책은 고사하고 대외비라며 자료 공개조차 거부하고 있다. 한 시도교육청의 경우에는 올해 400여명의 사립 신규 교원임용 중 369명이 기간제 교원으로 충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간제 교원의 증가는 교직의 유연성을 담보로 하는 7차교육과정과 7·20 교육여건 개선사업으로 인한 학급 증설이 주요한 원인이며, 교원전보가 어려운 사립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더욱 상승작용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초등은 교사 자원 부족이 기간제 임용의 중요한 원인이지만, 중등은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넘쳐나는 데도 기간제 교원 임용이 늘고 있다. 서울 지역 사범대학생 대표자협의회(서사협) 학생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올 봄 공립중학교 신규 임용에서 30%에 해당하는 279명을 기간제로 임용했다"며 "이 숫자만큼 정규직으로 임용한다는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교육청 앞 1인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교육청들에 의하면 "내년부터 고2·3학년을 대상으로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할 경우, 학생의 선택 여하에 따라서 교과목 존폐가 결정되기 때문에 정규교사를 채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간제 교원 임용이 증가하는 이유이다. 또 7차 교육과정의 수준별 교육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 7·20교육여건개선사업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낮춰 학급수가 늘었지만, 몇 년 지나면 학령인구가 감소되고 다시 학급수가 줄 것으로 예상돼 정규교사를 뽑을 수 없다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사립고교는 학급수 증설로 인해 올해 초 21명의 신규 교원을 뽑으면서 기간제 교원을 11명 포함시켰다. 그 학교 교감은 "3년 뒤 학급이 줄게되면 11명의 교원이 남게된다"며 "그 숫자만큼 기간제로 뽑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은 "7차 교육과정 등을 명목상의 이유로 사립학교 재단에서 기간제 교원 임용을 악용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역 교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그는 "사립재단 측은 골치 아픈 정규직 교원보다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또 "1년 정도 검증해 보고, 정규직으로 임용하겠다"는 생각도 크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한 기간제 교사는 "정식임용을 미끼로 한 사립 재단의 잘못된 기간제 운영 형태는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고 분개했다.
학교에 기간제 교원이 증가함으로써 여러 부작용들이 불거지고 있다. 정규 교원들은 "기간제 교원에게 책임 있는 일을 맡길 수 없다보니 자신들의 업무가 가중된다"고 불만이다.
서울의 한 사립 실업고 교감은 "기간제 교사는 아무래도 교직 경험이 적기 때문에 그 폐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전가된다"고 우려한다. 서울 강서구의 어떤 고교에서는 지난해 2학년 영어 기간제 교사가 무려 5번이나 바뀌었다. 교장·교감들은 "기간제 교원 확보하랴, 담임과 보직 피해서 맡기랴, 머리가 아프다"고 손사래를 젓는다.
기간제 교원들의 열악한 처우와 계약조건도 중요하게 거론된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기간제 교사의 처우 개선에 대한 교육부의 의지는 어디를 찾아봐도 없군요. 조만간 기간제 모임이 생겨나 생존권 투쟁을 할 날이 있으리라 봅니다.'(aaa@000.net). '무노동 무임금이므로 방학중엔 월급 없고 겸직도 못한다… 방학 땐 전 이슬 먹고삽니다.'(김경남)
이상훈 교감직무대리(경남 거창대성환경정보고)는 "실력있는 기간제 교원도 3년을 초과해서 계약할 수 없기 때문에 아쉬운 경우가 많다"고 토로하고, 기간제 교사들은 "학교 당 3년 계약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한다.
한편 교총과 전교조는 "7차교육과정이 기간제 교원의 증가로 교원의 계약직화를 부추기면서 교직의 안정성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는 반발을 계속해 왔지만 교육부는 공개행정으로 이들을 납득시키기보다는 현상 감추기에만 급급한 인상을 줘,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서사협의 간부를 맡고 있는 김선산 학생(고대 3학년)도 "정확한 기간제 교원의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학령인구 감소로 과원교사 발생이 우려돼 기간제를 임용할 수밖에 없다는 교육당국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교육당국은 모든 자료를 공개한 상태에서 교원단체와 교수협의회, 예비교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교원양성 정책 토론의 장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