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도교육청이 밝힌 인성교육 시행계획이 기존 혁신교육 사업을 나열해 이념적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7일 공청회를 열고 인성교육 시행계획안을 공개했다. 이 계획안에는 인성교육 기반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한 과제로 교육공동체 간 의사소통 문화 개선, 학생자치활동을 통한 실천적 인성교육 기반 조성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세부 추진 사항에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 운영’, ‘교감, 부장교사, 담당교사 등에 대한 위임 전결 사항 확대’, ‘학생회와 학교장 간의 간담회’ 등을 명시했다.
이밖에 마을과 함께 하는 인성교육 활성화를 위해 ‘청소년 의회’, ‘학생참여예산제 운영’ 등 청소년 자치 활동 강화 계획도 담았다. 또 민관학 인성교육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교육혁신지구를 운영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에 대해 현장 교원들은 교육감이 추진하는 ‘혁신교육’ 사업을 그대로 담아놓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A초 교장은 “혁신미래교육을 추진한다며 올해 내놓은 주요 업무계획의 축약본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며 “인성으로 포장돼 있지만 결국은 혁신교육과 연결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B초 교사는 “시행계획안이 인성교육을 하자는 건지 혁신교육을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개최된 강원도교육청이 공청회에서 공개한 시행계획안에도 인성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 과제로 ‘개방적·수평적 협의회 활성화’, ‘학생 자치활동을 통한 민주시민교육 정착’ 등을 제시했다. 학생의 인성을 깨우는 교육과정 실현을 위해 ‘행복더하기학교의 다양한 수업방법 적용’, ‘행복교육지구 운영’, 지필고사를 지양하는 ‘행복성장평가제 운영’ 등 혁신교육 과제를 그대로 담았다.
이날 토론에 나선 정운복 강원 양구여고 교사는 “인성교육과 직접적 연관성이 부족하고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인성교육의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전통적 가치 덕목으로 말 잘 듣는 학생을 만들려는 의도라거나 법으로 인성교육을 강제하고 있다는 원색적 비판도 나왔다.
이에 앞서 20일 공청회를 개최한 광주시교육청 계획안에도 ‘학생의 인성을 가꾸는 학교생태계 조성’ 목표 하에 ▲학생인권조례에 근거한 학생 생활규칙 제·개정 ▲고교 학생참여예산제 운영 ▲광주 청소년 독립페스티벌 등 학생자치활동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을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인성교육 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초1~3학년은 100% 과정 중심평가, 지필평가는 초4학년은 학기당 1회 이내, 초5~6학년은 최소화를 권고했다.
전북도 25일 공청회에서 학생의 인성을 함께 가꾸는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세부 과제로 학교자치조례를 통한 권위주의 학교 문화 탈피, 학생인권조례에 근거한 학생생활규정 제·개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서울 K중 교장은 “진보 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대부분 자치활동 강화를 통한 민주시민육성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계획안도 기존에 추진해 오던 혁신교육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벌리기보다는 추진해 오던 사업에 인성 요소를 강화하고 책무성을 갖자는 차원으로 계획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