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과정 개정 프로세스 선진화를 위해 지금보다 더 민주적인 절차와 조율이 필요하며 교원의 역할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학회는 22일 대구교육연수원에서 제1차 국가교육과정 전문가 포럼을 열고 ‘국가교육과정 개정 프로세스 선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국가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교육주체의 입장이 더욱 잘 반영돼야 하며, 특히 교원이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국가교육과정 의사결정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방안’을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성열관 경희대 교수는 2015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총론과 각론의 소통 강화, 다양한 현장 의견을 반영한 것은 이전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기존 개정 절차에서 나타난 ‘톱다운’ 식 의견수렴은 여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성 교수는 “교사는 교육부와 전문 연구기관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지만 국가교육과정 개정이 있을 때마다 단순한 의견 수렴 대상으로 전락한다”며 “그나마도 교사들의 의견은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됨으로써 국가교육과정 거버넌스의 주요 의사결정 주체로서의 소속감을 약화시켰다”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이 같은 개선하기 위해 ‘교사가 존중받는 교육과정 개정 프로세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향후에는 상시 부분 개정 과정에서 교사들의 의견이 가장 중시될 수 있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교육과정 변경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상시 의견수렴 체제를 구축해 아래로부터의 개정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교과 교육과정 난도 조정위원회를 설치해 교사가 주도하고, 국가교육과정 개발자들이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 위원회가 결정한 것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규정도 사전에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교육과정 개발 교사 연구년제’ 실시를 제시했다. 그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교원 연구년제 시행 시 일부 교사들을 별도 선발해 교육과정 개발 및 난도조정위원 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 교수는 교사의 교육과정 자율을 명문화하는 개선안도 내놨다.
그는 “교사들은 교과서 내용 중 교육목표 및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시수보다 더 가르치거나 중요도가 덜한 부분은 가르치지 않을 수 있는 권한을 명료하게 부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도 교사의 주체적 역할을 주문했다. 한충희 대구 심인중 교사는 “개정된 교육과정의 실질적 문제들은 현장 교사들이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주체가 될 때 개정된 교육과정의 의미와 본질이 더욱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영임 광주 계림초 교장은 “국가교육과정 개정에 있어 학교 교육과정을 개발해 실행하는 일선 교사들과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며 “국가가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을 개발해 제시한다 할지라도 현장 교사들이 학교교육과정으로 새롭게 창출하지 못한다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의 연구책임자 강현석 경북대 교수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점에서 국가교육과정 역시 학생을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교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주된 관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교육전문가, 학생, 학부모, 사회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은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고 교육본질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방향으로 선진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