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업 몰두하던 교사들도
‘혁신 피로증’에 시달리곤 해
성찰 통해 자신 먼저 들여다봐야
“고단한 일상의 작은 위로되길”수업 코칭 전문가인 10년차 교사가 동료들을 위해 ‘힐링 북’을 출간했다. 좋은 수업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을 채찍질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해 괴로워하는 교사들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김태현 경기 백영고 교사는 최근 펴낸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에서 “겉으로 보기에 학교와 수업은 변했지만 정작 교사들은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묻는다. 정말 잘 지내고 있는지, 학교에서 의미 있게 잘 지내고 있는지, 그리고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위로하고 사랑하며 잘 지내고 있는지를.
사실 김 교사는 전작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를 통해 우리나라 교사들에게 수업 성찰 노하우를 전했다. 그가 소개하는 수업 나눔과 수업 친구, 수업 공동체 등은 학교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교육학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랬던 그가 수업하는 교사의 삶, 그 자체의 중요성을 깨달은 건 2년 전이다. ‘혁신 피로증’에 시달리는 교사들을 만나면서부터다.
김 교사는 “진정한 수업 혁신은 교사 개인의 변화와 함께 학교 문화·교육계의 변화가 수반돼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교사들에게만 변하라고 강요한다”며 “유행처럼 번지는 다양한 수업 방법을 익히고 적용해도 제자리라고 느껴지면 누구라도 좌절하고 무기력에 빠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는 본질, 감정, 신념, 창조, 공동체 등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교사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안내한다. 수업을 잘하려고 하기 전에 ‘나’를 돌아보고 ‘내 삶’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업에는 교사의 생각과 신념,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들기 때문이다. 힘들 때마다 저자에게 위로를 건넸던 유명 작가의 시와 그림 140여 작품을 수록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기존 교육서에 등장하는 ‘해야 한다’는 식의 가르침 대신 교사로서 느끼는 외로움과 무기력은 당연하다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고 위로한다.
김 교사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첫 번째 해야 할 일로 ‘감정과 마주하기’를 꼽았다.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어떤 감정 상태인지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수업을 예로 들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기보다 ‘지금 내가 어떤 마음인지’를 살펴 힘들어하는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 대부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보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버거움을 느낀다”며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나만의 수업을 디자인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주제의식 찾기’다. 수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방향성’을 찾는 과정이다. 그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겪었던 좋은 경험을 떠올리고 이를 동료들과 나누고 본받다보면 주제의식을 찾을 수 있다. 김 교사는 시험 전날 학생들에게 용기를 준다고 시험 알약을 준비하던 선생님, 학생들의 가정 형편을 살피기 위해 일일이 가정방문을 마다 않던 선생님, 퇴직하고 마음에 상처 입은 후배들을 돕기 위해 상담에 나선 선생님 등을 꼽으면서 “우리 주변에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맡은 바 책임을 다했던 작은 영웅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주제의식은 저명한 교육학자나 철학자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삶에서 만난 훌륭한 교사들이 곧 주제의식이 된다”고 했다.
그는 새 학기를 앞두고 부담과 두려움을 느끼는 교사들에게 시인 박노해의 시 ‘가만히 돌아가기’를 추천했다.
“두려움과 부담감이 밀려오겠지만, 2학기를 있는 그대로 맞이하세요. 뭘 해야 할까, 고민도 하지 마세요.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를 극복할 힘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