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한아세안교육자대회 사흘째인 20일, 한국의 인성·세계시민교육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대한민국 특별세션Ⅱ(한국교총 &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에서 이색적인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 주인공은 토론자로 나선 필리핀 출신 인권교육전문가 에바 마리 왕.
에바는 이날 최일규 경기 반송초 교사가 발표한 ‘고전을 활용한 세계시민교육 실천사례’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과정에서 이 같이 제안했다. 각국 학생들의 보편적인 생각과 차이점을 확인해 ‘크라우드소싱(대중을 생산에 참여시키는 것)’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에바는 “아세안이 추천한 책을 한·아세안의 여러 학급이 동시에 읽고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사점과 차이점을 확인하게 되면 놀랄만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면서 “이런 다문화 활동은 네트워크 연결과 교사와 학생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철학과 관점을 확장시키고 탐구심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최일규 교사는 인성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고전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읽게 한 뒤 환경보호를 주제로 토론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도출한 실천사례를 발표했다. 최 교사는 수업중 한 학생이 ‘인도에서 배설물을 활용한 에너지’를 소개한 데 착안해 인근 축사에서 소 배설물을 수거해 운동장에서 직접 ‘연소실험’으로 고구마를 구워먹었던 일을 영상으로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강용철 서울 경희여중 교사는 학생끼리 짝을 이뤄 서로 등을 댄 채 한 사람의 의견에 따라 각자 종이를 접고 찢는 활동 영상을 소개했다. 이 경우 대부분 서로 판이하게 다른 종이 모양이 나오는데, 이를 확인한 강 교사가 학생들에게 같은 모양을 내려면 서로 배려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도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수업사례에 대해 참석자들의 반응은 컸다. 브루나이에서 온 유쇼프 빈 아와 모하매드 교사는 “교실에서 손쉽게 할 수 있고 교육 효과도 높을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의 교사들이 교육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이 왜 국제 성취평가에서 늘 교육 상위권을 차지하는지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인도에서 배설물을 연료로 활용하는 것에 착안해 환경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연결시켜 학생들과 직접 실험까지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우리 학교 근처에도 축사가 있는데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19일 열린 ‘대한민국 특별세션Ⅰ’에서는 올해부터 전면 실시된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현황과 학교 실천사례를 소개해 아세안 국가 교원들의 질의, 토론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