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기구(OECD)가 7일 발표한 '2003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결과가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특히 미국ㆍ독일ㆍ영국 등 학력평가가 저조하게 나온 선진국들은 교육개혁을 촉구하는 자성의 소리가 높단다.
우리나라는 문제해결력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모처럼만에 교육계가 칭찬을 듣고 있다. 며칠 전까지 교육계를 뒤흔들던 일부 언론에서마저 한국교육의 효율성을 얘기하며 칭찬하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번에 나온 결과만 가지고 마치 우리나라의 교육이 바로 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데는 문제가 있다.
평과결과에 가장 충격을 받았다는 독일의 요제프 크라우스교사협의회장이 일간지 빌트와의 회견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혹독한 학교 교육과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과외를 하느라 밤 10시가 넘어야 귀가하고, 부모들은 연간 수입의 4분의 1을 교육비로 투자하며, 이런 비인간적인 교육 때문에 학생들의 정신이 파괴되고 있다’는 주장과 OECD 교육국 부국장의 ‘한국은 같은 학교 학생 간 성취도 차는 크지 않으나 학교 간 격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므로 모든 학생들에게 비슷한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 집 아이들은 과외비도 별로 들지 않았다. 장학지원이 좋은 지방의 국립대에 다니고 있어 남들과 같이 학비나 하숙비 때문에 걱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들이 일류대로 인정되는 풍조와 졸업 후 지방대 졸업생이 받아야 하는 차별 때문에 아이들을 입학시키며 고민을 했었다. 수능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큰애를 지방대에 보내면서 바보라는 소리도 들었다. 바보 아빠가 만든 평범한 아이지만 부모 밑에서 인성을 바르게 키우는 게 더 좋다는 걸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어쩌면 우리 스스로 일류, 이류로 편을 가르면서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조사대상자가 계속 늘어나 대학입시에 차질이 빚어질 판에 우려했던 수능부정 대물림이 밝혀지고, 고교생 폭력조직원 41명이 10대 여학생 5명을 약 1년간 집단 성폭행하고, 오죽 과외에 시달리면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아닌 부모 때문에 공부한다고 말하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런 일련의 현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로 학교, 학부모, 학생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며 간판이나 외모보다 머릿속에 든 것이 많거나 인성이 바른 사람이 우대 받는 사회를 만들어 지방대 졸업생이 차별받지 않는 방안을 찾아낸다면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공부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부모님들이 과외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자의 자식이 아니더라도 공부를 잘 할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