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19일 세계일보는 ‘21세기 일본의 구상’을 기사로 실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인즉 그것은 교육에 있어 영어의 공용화와 학교 교육의 혁신적인 변화였다. 학생이 3일은 학교에 나오고 2일은 학원에 가서 수강하는 역할 분담론을 제시하였다. 학원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학교로의 승인이 허가되어 학원의 수강이 학습 과정의 일부로 인정되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의 교육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불러 일으킬만한 사건이었다.
#교과중심교육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였다.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배움의 삶이 계속되는 시대가 오늘에 이르러 현실로 다가왔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의 교육풍토는 아직도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였으나, 1973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최 ‘평생교육발전세미나’에서 공식적으로 평생교육이라는 명칭을 제창하였다.
하지만 헌법에 정식으로 규정된 것은 1980년 헌법 제29조에서 국가의 평생교육 진흥의무를 신설하였고, 현행 헌법 31조에는 “국가가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라고 언급하여 비로소 평생교육을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과학의 시대로 지식정보화 사회로 변화를 맞는 현실. 교육은 단순히 학교 교육이 전부라는 생각은 이제는 근시안적 사고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지식의 양이 단순히 한 사람이 몇 시간에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가 아니다. 그렇다고 몇 년 내에 다 배워버릴 양도 아니다. 무덤에 이르기까지 배워도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경제적・문화적・사회적 변화가 시시각각으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어 배움이 가정에서는 기초 생활 교육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학교에서는 기초・민주・세계시민교육을 이끌어 내는 데서부터여야 하고, 사회에서는 노인대학과 각종 열린 학습 강좌를 마련하는 데서부터 평생교육으로서 기반은 다져져야 한다. 그래야만 거듭해서 바뀌어 가는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 것이다.
미디어의 발달은 인간의 생활을 일일 정보화 세계로 만들어 버렸고, 그로 인해 지식의 양은 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미립자에서부터 전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형 사건 사고까지 영어라는 공용어를 통해 동시 다발적으로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교육이 계층과 나이를 초월하여 전개되고 있는 바탕에는 사이버 교육의 확대라는 또 다른 이론적 배경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의 역할이 네트워크 형태로 변화되어 핸드폰 하나로 시공간을 벗어나 실시간에 나타나는 정보를 누구에게나 제공할 수 있기에 교육의 공식적인 기관은 퇴화되고 비공식적인 교육은 확산되어 규정할 수 없는 정보를 어떻게 정확하게 판단하여 자기주도적인 학습으로 전개시켜 가느냐가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965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의 자문기관인 성인교육추진위원회에서 프랑스인 P. 랑그랑이 발표한 논문 《평생교육》에서, 사회가 개인의 평생에 걸친 학습 과정을 위해 학교교육·학교 외 교육이 전체적으로 통합되고 조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구조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성인교육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사례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실은 평면적 교육의 시대
평생교육의 기틀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노인의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치솟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성인들의 재교육이 절실히 필요하기에 이르렀다. 다양화되고 다변화된 소수의 학원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평생교육기관의 전부라고 한다면 교육의 후진성을 면할 길은 없다.
누구나 손쉽고 누구나 저렴한 경제적인 비용으로 현대 교양인으로서의 강좌를 들을 수 있는 영역을 학원은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의 부설교육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유치원, 유아원, 평생교육원 등등이 평생교육기관의 역할을 보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년으로서의 나이와 업무수행으로서의 나이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퇴임후에도 평생교육기관을 이용하여 자신의 삶을 재창조해 가도 될 건강한 노인이 많다는 것이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할 일 없이 무료하게 시간만 보내는 것이 되지 않도록 평생교육기관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어야 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화되어 만년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교육 복지국가로서의 터전이 창출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 학원이 아직도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대학입시교육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자연이공계열 학생들에게는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지나지 않게 된다면 한국 사회에서 학원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시선은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직적인 교육이 평면화시대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주시해 본다면 학원에 대한 혁기적인 변화는 평생 교육의 방향을 새롭게 안내하게 하는 디딤돌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