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로 접어들었다. 이미 개학을 한 학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개학을 앞두고 있어 학교도 긴 동면을 끝내고 아이들 맞을 준비로 바쁘다. 이쯤에서 학부모나 교사가 같이 우리 아이는 방학동안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에 같은 통로에 사는 초등학생과 대화를 나눴다. 나눈 이야기래야 몇 마디 되지도 않지만 방학은 부족한 교과를 보충하며 체험학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내 교육관과 현재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많은 괴리감을 느꼈다.
“학원에 다녀오니?” “학원에서 무엇을 배우니?” 방학 중이고, 학원가방을 들고 있기에 그냥 가볍게 시작한 대화였다. 그런데 그 아이의 이야기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그 아이는 방학 중에 4곳의 학원과 학교에서 실시하는 3개의 특기ㆍ적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왜 그 아이만 그렇겠는가? 중소도시마저 이런 현상이라면 많은 아이들이 방학 때 더 바쁜 생활을 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당연한 일이다.
시내에서 30여분 벗어나면 나타나는 내 근무처의 아이들은 진짜 방학의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 좋은 세상에 왜 그 아이들의 부모라고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을까?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고 더 죄스러워하고, 더 가슴 아파하는 순진한 사람들인데... 대책이 없으니 시내 아이들의 얘기에 그저 허락하지 않는 여건만 탓할 것이다.
사실 학원에 많이 다니거나 학원비 많이 지출한 것이 출세에 얼마나 또는 어떤 영향을 줬는지 데이터화 된 게 있기나 한가? 우리 학부모님들이 그저 남이 장에 간다니 따라나서고 그때 사온 물건 때문에 빚에 허덕였던 옛 사람들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방학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 어린시절의 방학은 어떻게 보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때 서울시교육청이 학생학력신장방안의 일환으로 발표한 학업성취도 평가를 많은 교육청들이 동조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언론에서는 전국의 시도 교육청 중 약 70%가 시행을 서두르고 있으며 학부모의 약 67%가 학업성취도를 환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발표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당위성이나 왜 불필요한지를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그동안 철저한 준비 없이 시행된 교육정책들이 일선 현장에서 얼마나 호응을 받았는지, 세월만 지나면 이리저리 흔들리는 정책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는지 알아야 한다.
어떤 교육정책이든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해 어릴 때부터 학생들이 학원에서 고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부모님들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고심하지 않는 가운데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일선 현장에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