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는 학기말이라 무척 바쁘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입력을 마무리해야 하고 일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인 졸업식도 코앞에 닥쳤다. 곧 맞이할 새 학기 준비도 해야 한다. 학교를 옮겨야 하는 교직원들은 새 근무지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때문에 더 여유가 없을 것이다.
요즘 오락프로그램을 보노라면 하나같이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조롱하고 권위를 무너뜨리면서 같이 망가지는 내용이다. 그런 내용이래야 그동안 권위에 짓눌리고 위계질서에 익숙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웃음을 보내며 채널을 고정시킨다니 시청률에 울고 웃는 제작진을 탓할 수도 없다.
'개그콘서트'라는 오락프로에 봉숭아학당이라는 코너가 있다. 여러 종류의 능청스럽고 뻔뻔한 학생들이 등장해 교사의 허물을 하나씩 들춰내거나 권위에 은근슬쩍 도전하면서 TV 앞에 앉은 사람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봉숭아학당 출연진중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생각은 바른 경비아저씨가 있다. 경비아저씨는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충청도 사투리 "그 까이 꺼 뭐, 대충 하면 되지 뭐"를 연신 내뱉는다. 이 세상 어느 직업의 일이건 대충하면 못할게 뭐가 있느냐는 얘기다. 그의 얘기 속에는 맡은 부서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꼬집는 가시가 있다.
교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전문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교직에 대한 선망도가 높아졌다는데 포커스를 맞춘다.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교직을 선호하게 되었을까? 절대 아니다. 많은 교직원들이 경비아저씨의 "그 까이 꺼 뭐, 대충 하면 되지 뭐"에 찔리는 것 없게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또한 "그 까이 꺼 뭐, 대충 하면 되지 뭐"와 같이 가르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를 떠올리며 "그 까이 꺼 뭐, 대충 하면 되지 뭐"를 생각해 보는 학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