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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나의 미국체험> 사범대 행사

3월 17일 목요일 오후 6시 30분 내가 교환교수로 있는 UMSL(The University of Missouri at Saint Louis) 사범대학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하였다.

'Pulse'라는 영화를 관람하는 것인데 시내 과학박물관에서 영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학생, 졸업생, 교수, 행정실 등 사범대학과 관련있는 모든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초청되었다. 나는 속으로 대학에서 주관하는 것인데 '단순히 영화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겠지. 다른 행사도 함께 있겠지'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별다른 관심이 있지는 않았지만 사범대학에서 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또한 '가능하면 많은 것을 보고 가자'하는 나 자신의 약속에 따라서 참석하고 싶었는데 장소를 몰라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히 Dr. Cochran이 함께 가자고 권유하여 과학박물관에 무리없이 도착하였다. 박물관은 그저 작은 규모로 별다르게 볼 것은 없었다.

상영시간보다 30분정도 일찍 도착한 까닭으로 대학선생님들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교수들과 행정실 관계자들이 대단히 많이 참석하였는데 모두 가족과 함께 와서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내게는 다소 생소한 광경이었다. 한국에서 이런 행사를 하면 교수들의 참여는 거의 없다. 더욱이 가족들과 더불어 오는 것은 거의 본 일이 없는 것 같다.

남편과 아내, 아들, 딸 그것도 딸이 넷이면 아주 어린 아기들까지 안고 데리고 왔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교수들과 직원들이 모두 가족과 함께 와서 나도 덩달아 인사를 나누었다. 학생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였다. 졸업생은 졸업생인지 직원인지 잘 몰라서 얼마나 참석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교수들과 직원들의 참여가 많다는 것과 거의 모두 가족들이 함께 왔다는 것에 놀랐다. 교수, 직원, 학생 그리고 그들의 가족 등 대학과 관련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행사인 것이다.

영화의 주제는 '맥박의 진동같은 리듬 속에서 하나 되는 세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다양한 인종들, 지구상의 여기저기 살고 있는 사람들의 리듬과 춤을 시종일관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이다. I-Max라는 극장방식은 한국에서도 두 세 번이나 이미 본 것이라 별다를 것이 없으나 이 영화를 만들어 제공한 곳이 일본의 Honda 회사라는 점에서 다른 여러 곳에서도 일본의 홍보방식에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이와 같이 세상의 사람들은 하나로 어울려져서 살아야 한다는 영화를 만들어 '세상의 모든 이를 사랑하는 평화의 민족'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고단수 상업이미지 형성에 다시 한 번 그들의 넓고도 높은 눈높이에 감탄하였다.

코앞의 물건을 '사라, 사라'하고 강조하는 낮은 방식이 아니라 일본의 이미지를 높이고, 일본의 문화를 전파하며 동시에 궁극적인 목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중심에 있는 성당에도 본당 성전 최중심 위치에 화려하고도 우아한 기모노 입은 성모상을 제공하여 이스라엘 여행안내인들이 전세계에서 오는 사람들마다 그 곳으로 데려가 그야말로 환상적인 일본의 성모님을 뵙고 찬미하도록 한 것을 보았다.

한국의 한복입은 성모님은 그야말로 성전도 아닌 바깥의 뒷마당쯤 해당하는 곳에 3급 정도의 실력을 갖춘 화가의 솜씨로 별볼일없는 모습으로 아기 예수를 안고 계셨다. 훗날 들은 말로는 성모상을 그리는데 헌금이 걷히지 않아 몇몇 신도들이 모은 기금으로 간신히 그려서 그 자리에 모셨다는 것이다. 이런 일에 신도 몇몇이 나서서 기금을 모았다는 것은 아직도 나는 내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은 그들의 일상의 말 중에서 영어를 많이 넣어서 사용하고, 서구를 매우 존경하듯이 보이나 내가 보기에 그들은 자신의 중심을 잃은 적이 없다. 자신을 중심에 두고 세계의 모든 것 중에서 좋은 것을 취하는데 열심이다. 영어를 많이 넣어 쓰더라도 일본어를 잃은 적이 없을 것이며, 영어의 좋은 점을 취사선택하여 일본어와 일본 문화, 일본의 것들을 한 단계 높이는데 사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더 나아가 세계의 곳곳에 일본어와 일본 문화와 일본 물건을 전달하는 데 대단히 총체적이며 폭이 넓다. 그들은 세계를 보고 세계 속에 일본을 심으려고 이렇게 지성의 전당인 미국의 대학까지 우아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요사이 벌어지고 있는 독도의 문제를 잠시 생각하였다. 이는 물론 일본과 한국 간의 문제이지만 세계를 무대로 자국의 힘을 넓히려는 한국 주변의 강국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 또한 강국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인도나 브라질 등도 포함한 세계의 강국들이 세계 속에 자신들을 알리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듣고 보며, 한국인들이 어떻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방향을 정하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몸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지역에 있는 과학박물관에서 행사를 하므로 자연스레 많은 가족이 과학박물관을 방문하고, I-Max 영화를 보면서 다소 피상적이나마 과학적 체험을 하도록 하는 것도 대학과 지역사회간의 연계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이에 더 나아가 지식의 전당인 대학이 지역의 박물관과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이나 교사들의 연수장소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며, 이러한 예를 다른 나라에서 본 적이 있다.

박물관은 박제된 물건들이나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지역의 학생이나 선생님들, 그리고 이 대학의 예에서와 같이 지역민들이 공동으로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소로도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를 향해 나갔고, 다시 주차장으로 나가 각자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총장님, 학장님, 여러 교수님들과 그 가족들, 직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학생들과 졸업생까지 총체적으로 모인 이 쉽지않은 행사에 뒷풀이는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그것은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영화를 잘 감상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그 목적을 달성하자 각자 흐뭇한 마음으로 미련없이 집으로 가는 것이다. 밖은 컴컴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동차의 불빛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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