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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나의 미국체험> 고등학교 음악축제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음악축제를 한다고 하여 미리 예매를 하였다. 미리 예매를 하면 어른은 10불이고, 아이는 5불이며, 이틀 전에 구매하면 어른은 11불, 아이는 6불을 받는다는 안내문이 왔다. 2005년 3월 19일 토요일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이 학교의 음악밴드가 다양한 음악을 선사하고 안내문을 보니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가 있는 것을 보니 합창도 있는 듯하다.

내 아이가 현재 미국의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또한 바로 이 시기에 내가 여기에 있으므로 구경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이 될 것이라 예약을 하였다. 아들은 자기 친구들은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불만이 귀까지 올라있었으나 언제나 그러하듯이 엄마의 잔소리는 몇 대 아프게 맞는 것보다 괴롭기 한량없는 일이므로 학교에 예약서를 잘 전달하였다. 영수증이나 티켓이 없어서 좀 의아했으나 ‘그럴만 하니 그렇겠지’ 하고 한번만 묻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오늘은 2005년 3월 19일 토요일이다. 불행히도 아들이 감기에 걸렸다. 미국에서는 작은 병에 걸려도 학교를 결석한다고 하나 한국의 엄마들에게 그러한 감기쯤은 능히 아이가 견뎌야할 작은 일이다. 가기 싫다고 야단하는 녀석도 문제이지만 저녁시간이라 움직이기가 싫은 나도 문제이다. 억지로 몸을 추스르고 반협박을 하여 콜록대는 아이를 데리고 학교로 향했다

입구에 나이가 좀 든 여자분 둘이서 티켓을 팔거나 예약한 사람들을 검사하고 있었다. 학부형이라 가슴에 이름표를 붙였다. 내 성을 말하라고 하여 성을 말했더니 예약서를 확인하고 들어가란다. 밴드는 저녁 8시부터 시작이나 7시부터는 춤을 가르치는 시간이 있었다. 학생들이 축제라고 멋내고 왔다. 그 나이 때에는 아무렇게나 해도 예쁜데 꾸미기까지 했으니 매우 이쁘다. 동양아이도 몇 명 있었다. 아들이 아프기도 하고 이런 춤 행렬에 내가 낀 적은 거의 없었으므로 의자에 앉아 춤배우는 사람들을 구경만 하였다.

춤추던 사람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기에 따라갔다. 식당에 축제답게 울긋불긋 장식이 되어있었고 밴드부 학생들은 단상에 자리하고 있었다. 좌석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나도 한 테이블을 골라 앉았다. 교장선생님의 시작신호, 인사말씀도 없이 바로 음악이 시작되었다. 경쾌한 춤곡이다. 지휘자는 50대 혹은 그 이상의 나이든 분으로 학교선생님인데 지휘하는 몸동작이 경쾌하고 아주 자유롭다. 스스로 즐겁고 신이나서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는 듯하다. 눈으로 동작을 따라가며 보니 나도 신이 났다. 밴드부에는 나이든 분이 두 분 학생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선생님이거나 학부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한 곡이 끝나고 지휘자의 다음 곡에 대한 소개의 말이 있고 다시 음악이 시작되었다. 몇몇의 학생들이 밴드부 앞 쪽 공간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계단을 건너 올라가 음식을 가지고 오기에 나도 올라가 보았다. 저녁이라 음식을 먹을 생각은 없었으나 어떤 종류의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차려놓았나 즉 고등학교 축제의 한 부분을 보고 싶었다.

대단히 훌륭한 음식들이 놓여져 있었다. 다양한 과일, 치즈, 야채, 새우나 연어, 맛살을 얹어먹는 여러 종류의 빵과 과자, 다양한 종류의 케익, 음료수 등등. 과일과 야채, 과자 몇 점을 들고 음료수 코너에 가니 학부형 아버지 두 분이 컵에 음료수를 넣어 주느라 바쁘다. 이 음식은 모두 학부형들이 제공한 것이다. 프로그램 소개서 뒤편에 음식과 행사를 위한 준비를 해준 학부형들의 명단과 선생님, 학교 관계자의 명단이 써 있었고, 감사의 글이 있었다. 학부형들이 위원회를 구성하여 모든 행사를 주관하고 이끌어 간 것이다. 선생님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교장선생님은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함께 음악을 듣고 즐기었다.

학교의 축제가 학교와 관계된 선생님, 학생, 학부형과 어울리는 시간을 마련해 줌과 동시에 재능있는 학생들의 무대경험을 익혀주는 역할, 학생들의 다양한 ‘끼’를 발산시키는 역할, 학교에 관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한국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학생들의 부모님들이 한 연구소의 강당을 빌어서 학생들의 무대연습을 도와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학교의 축제가 이러한 역할을 맡아주면 굳이 다른 장소를 물색하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밴드부 학생들의 학부형 위원회가 주관이 되고 관계되는 일부의 선생님들이 후원하여 이끌어가면, 다른 학부형들과 학생들도 친구들의 무료 공연도 보고, 가벼운 음식도 대접받을 수 있으며, 밴드부 학생들은 친구들과 그의 가족들 앞에서 멋진 공연을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얻고, 전혀 모르는 타인들이 아니라 늘 보는 선생님, 친구들과 친지들 앞에서 편안하게 연주해보는 동안 학교에 관한 즐거운 추억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면에서 교육의 장을 제공한다.

음악축제 뿐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의 모임이 자신들의 축제를 마련하고 공연을 해보는 활동은 매우 유익하다. 니일의 서머힐 학교는 금요일 저녁에 학생들이 연극을 하거나 춤을 추거나 스스로 마련한 활동을 선보이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연극을 위하여 작가가 되어 대본을 만들고, 의상담당자가 되어 자신들의 무대의상을 디자인하고, 무대설치가가 되어 무대를 장식한다. 기숙학교라 함께 살고 있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초대에 응하여 관객이 된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함께 하는 학교라 고등학생들은 대단히 큰 어른이 되어 아래학년을 돌보므로 활동에 있어서도 아래학년들을 많이 후원한다. 아이들의 연극에 선생님이 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교장선생님인 니일이 아주 작은 여자아이의 춤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추는 사진은 참 정겨웠다. 기숙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도 방법을 찾아보면 시시 때때로 아이들의 장기와 끼를 발산시키고, 학부형들끼리의 정겨운 모임의 장을 마련해줄 수 있지 않을까.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니 학생들은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 꼬마, 엄마, 아빠 등 온 가족이 온 집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학생들의 재롱잔치에 학부모가 초대되기도 하지만 함께 춤을 추고, 할머니, 할아버지, 동생들까지 오는 사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미국의 아빠들은 퇴근하면 바로 집에 와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 여기 세인트루이스에 업무로 파견되어 온 신랑을 따라온 아이엄마들이 말하기를 신랑들이 퇴근하면 바로바로 집으로 오기 때문에 저녁 준비하는 것이 버겁다고 즐거운 불만을 터트린다. 그러므로 아이들 학교의 행사는 집안 행사가 될 가능성도 있겠다. 이 학교의 축제를 다른 곳에 사시는 미국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아주 좋은 학교의 사례라며 다 그렇지는 않단다.

똑같은 옷을 차려입는 학생들이 여기저기 눈 띄는 것을 보니 합창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는 듯한데 아들이 계속 기침을 하고 몸에 열이 있어서 중간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아쉬운 대로 한 미국 고등학생들의 재롱잔치를 통해 미국 문화의 일면을 슬쩍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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