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거짓 진술을 한 아들을 “다시 가서 조사를 받으라”며 아들을 경찰서로 되돌려 보낸 후 담당경찰관에게 ‘속죄의 편지’를 보낸 어머니가 화제다. 신문 지상에 소개된 내용은 이렇다.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는 막내아들이 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신고 됐으니 아들과 함께 출두하라는 것이었다. 경찰서에 도착한 엄마는 경찰관으로부터 아들이 친구 1명과 함께 아파트 놀이터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며 폭행을 가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엄마는 목격자 및 피해자와의 대질 신문에서 폭행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던 아들을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실수를 한다. 다른 것은 다 용서해도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다. 오늘 너의 모습을 보니 엄마의 마음이 무척 아프다.”며 설득했다.
결국 아들은 “너무나 무서워서 그랬다.”며 고개를 떨어뜨렸고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내가 사죄해야 한다.’며 속죄의 편지를 써 “담당 형사님께 전해 드리라.”며 아들을 다시 경찰서로 보냈다.
엄마는 “우리 아이는 절대로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어리석은 부모가 되어 부끄럽다. 제가 부덕해 바르게 가르치지 못했는데 누굴 원망하겠느냐?”며 “이 일로 아들이 바르고 정직하게 자라는 해결책이 되길 바란다.”고 편지에 썼다.
의아해 하는 사람들에게 엄마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아들을 비굴한 남자가 아닌 책임감 있는 남자로 만들고 싶었고, 우리 애가 죄를 뉘우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며 “피해 학생 부모에게 찾아가 아들을 잘못 가르친 죄에 대한 용서를 빌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이 우리 반에서도 있었다. A의 엄마가 아침자습시간에 교실로 찾아왔다. 사실 A는 3월 초 우리 반에서 내가 처음 상담을 했었고, 상담과정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물음에 ‘우리 아버지가 사장이라 괜찮아요’라는 황당한 답을 했던 아이다. 그런데 A의 부모는 상담과정을 자세히 전하는 나에게 ‘5학년짜리에게 ‘무슨 상담이 필요하냐?’는 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었다.
전화를 할 일이 또 생겼다. 처음 실시한 중간평가에서 A의 성적은 학급 평균의 반을 웃돌았다. 성적보다도 모든 것에 의욕이 없는 게 문제였다. 그런 상태에서 무엇이 이루어지겠는가? 무슨 교육이 필요하겠는가? 기초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과 어느 정도는 가정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했다.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고학년 담임들이 교감선생님으로부터 자전거 도난 사건의 전모를 밝히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또 A가 연루되어 있었다. A의 아버지는 이번에도 ‘자전거를 사줬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남의 일처럼 전화를 받았다. 혹시나 했던 내 기대는 다음날 A에게 집에서 있었던 평범한 일상을 들으며 무너졌다.
그랬던 A의 엄마가 불쑥 아침에 교실로 찾아왔으니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웠다. 학습도움실에서 A의 엄마가 풀어 논 사연을 들으니 기가 막혔다. 엄마의 지갑에서 돈이 5만원 없어져 집안이 발칵 뒤집혔고, A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발뺌을 했으며, 결국 돈은 A의 가방에서 나왔단다. 그제야 담임이 집으로 자주 전화를 했던 이유를 알았고, 심각성도 인지했단다. ‘세살버릇 여든 가고,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 참에 아주 혼쭐을 내고 싶다는 얘기였다. 아주 파출소에 신고를 해 혹 다음에 일어날 일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요즘 학교나 교사가 무슨 힘이 있는가? 부모가 한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엄마와 A를 파출소로 보내놓고 몇 시간을 기다렸다. 보낼 때는 쉽게, 너무나 태평하게 보냈는데 왠지 씁쓸했다. 생활지도만은 어느 누구보다도 잘한다고 자부를 하고 있었기에 더 그랬는지 모른다. 우리 반 아이가 파출소에 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자존심이 망가지는 걸 느꼈다.
셋째 시간이 시작될 무렵 A가 학교에 왔다. A의 엄마에게 파출소에서 있었던 얘기도 들었다. 여자들의 얼굴은 자세히 쳐다보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지만 그날만은 파출소에서의 얘기를 들으며 A 엄마의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 A의 엄마는 정말 훌륭했다. 내가 마음속으로 그렇게 원망했던 A의 부모는 분명 현명했다.
요즘 아이들과 부대끼며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그러려면 부모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자기 자식의 단점을 감추지 않는... 자기 자식에게도 남들과 같이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 세상의 부모들아! 현명해지자. 그러면 교육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 자녀의 미래도 절반은 성공을 보장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