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교육계를 떠들썩하게 지나가고 있는 사학법, 대학간 통합, 교원 다면평가제 등등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님비현상의 하나로 해석된다.
님비현상이란 행정구역조정, 마세권, 정수장 관리 등의 시설을 자신의 지역에 유치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필요에 따라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는 교육계의 이익집단들의 목소리는 제각각 그 속셈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집단에 유리하도록 하자는 데 있다. 교육부에서는 교직계에 종사하는 일선 교사들의 교육적 인프라 창조가 미미하다는 데서 교사의 다면평가제 도입을 내세우고 있는 느낌이고, 사학법 대두는 사학 주체가 주도권을 쥐고 버티기 작전을 통해 사학교육의 무사안일주의를 유지해 가려고 하는 데 제동을 걸고자 하는 데 있음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사사건건 교육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교육계의 이질집단들의 행동은 진정 배움을 추구하는 학생들을 볼모로 하고 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진정 교육계의 발전을 위한 주장인지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제3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마치 정치판의 당동벌이(黨同伐異)와 같이 여겨진다.
현실의 교육계가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러 교사들이 다면평가를 당하여야만 하는. 하지만 21세기를 내다보고 교육을 시켜야 하는 교육부의 입장에서는 선진 교구재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기성세대에 대한 교육계의 속앓이를 드러낸 것이다. 안이한 교사들의 생활에 먼저 일침을 가하고 싶은 게 사실이기도 하다. 진정 오늘의 교사의 다면평가는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요 누구를 쫓아내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의 흐름이요 시대의 조류인 것이다.
평가를 거부한다고 아니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한다고 하여도 그 실효성에 문제점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를 위한 다면평가제를 도입하게 되면 그에 따른 장점도 드러날 수 있다. 우선 교사들의 집단에 정신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켜 교사 집단도 명실상부한 전문직이 되게 하고 학교 이미지도 연구하는 곳으로 바뀌게 될 것이요, 둘째로는 교재 연구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원로 교사들에게 새로운 책을 보아가면서 수업에 임하게 되어 신선한 자기 긴장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또 학생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도가 평가의 대상으로 오르는 만큼 학생지도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되어 학교 폭력에 대한 횟수를 줄일 수 있고, 기존에 선생님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교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바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만이 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사다면평가는 실전으로 돌입하게 될 때 그 결과를 놓고 벌어지는 백태는 또 한 번 교육계를 휘청거리게 할 것이다. 그 평가를 위한 위원의 선정에 대한 자격시비와 평가문항에 대한 시비, 워밍업 부족 등이 줄줄이 나타남으로써 얼마 지속되지 못해 유야무야 형식을 밟아 갈 것이 섬광처럼 떠오르는 것도 우리 교육계가 너무 많은 사고와 사건을 경험하게 해 준 결과로 추리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교사를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이 모호하여 자신에게 대하는 교사의 강도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학업에 대한 평가도 요즘 학생들의 학습방법과 그들에 대한 지도가 쉬운 일이 아니다. 말에도 행동에도 조심성이 없어 마치 길들여지지 않는 망아지와 같은 상태다. 결국 평가자와 비평가자와의 사이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배움을 추구하는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일면만 남겨줄 것이다. 사학법을 보도하는 매스컴을 주시하는 선남선녀들은 교육의 진정한 정체성을 망각한 채 사회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익집단의 백태와 다를 바 없음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음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교사다면평가제는 평가가 우선이 아니라 신임 교사들의 계약제가 우선 시행되고 기존 학교에 시설 투자를 늘려 학습환경을 더 조성해 나가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동시에 임상장학검열을 강화하면서 교내자율장학을 더울 부채질하는 방안으로 추진하여 나간다면 교사의 다면평가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