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게 딱 하나가 있는데 그 이유로 그들은 얼굴 생김새부터가 우리와 너무나 다릅니다. 그 하나의 이유로 그들은 “다운 증후군”이라 불려집니다. 상염색체 하나가 더 있을 뿐인데 그들은 우리와 말하는 것도 다르며 우린 그들은 사회 밖으로 몰아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와 뭐가 얼마나 달라서 그들은 그렇게 혼자만의 세계에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내가 커서 자란 곳 목포에는 공생원이라는 그러니까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시설 중의 하나인 이곳은 몸이 불편한 아이에서부터 정신장애가 있는 아이까지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들어서자마자 많은 아이들이 새로운 사람을 반기며 시끄럽게 재잘거린다.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힐끔힐끔 부끄러운 듯 쳐다보기도 하고 제법 우리가 신기한 모양이다. 그런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에 한번 부드럽게 웃어주기도 해봤다. 금방 쑥스러워서 얼굴을 붉혔지만 말이다. 그렇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나서 지도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날은 특별히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없어서 간단하게 방 청소나 아이들이 먹다 남은 간식들의 뒷정리를 하였다.
그러다 내 옆으로 조용히 다가온 한 예쁘장한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비록 그 아이가 몇 명의 아이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5살짜리 꼬마숙녀였다. 바로 다운 증후군 아이였던 것이다. 말을 하기가 힘들었는지 나를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간다. 그러고 나서 마구 웃어 보이며 재롱을 부리는 것이었다. 나도 그 모습이 예뻐서 같이 박수도 치면서 아이의 흥을 북돋아 주었다. 혀가 보통 아이들보다 두꺼워 입을 잘 닫히지 못하고 항상 침을 흘리고 있지만 살짝 눈 꼬리를 올리며 웃는 모습은 어느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아직 5살짜리라 조그맣고 해서 봉사를 온 우리에게 별로 관심도 없을 것 같았었는데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고 자기의 멋진 모습까지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마음 한 쪽은 씁쓸했다.
다운 증후군인 사람이 직접 출연하여 다운 증후군 역할을 한 영화가 있다. 개봉 당시에도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던 '제8요일'이라는 작품이다. 이기적이고 냉정한 사람인 아리가 다운 증후군인 조지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 간다는 주제의 내용으로 다운 증후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어머니를 찾아 항상 환상과 현실 속에서 공존하는 조지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영혼은 아리의 차가운 가슴을 모두 녹여버린다. 이 영화의 내용이 너무나 기억에 남았던지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계속 이 아이의 웃는 모습이 떠나지를 않았다.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깊게 무엇을 갈구하는 듯한 얼굴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떠오른다. 정말 이 아름다운 아이를 어느 누가 다운 증후군이라 하여 멀리하겠는가?
시간이 어느 덧 지나 떠나려고 할 때 그 아이는 더욱 더 슬픈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이별을 예상했었는지 계속 나의 옷깃을 붙잡고 서있었다. '다음에 또 꼭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그 아이와 이별을 하고 떠나는 그 순간 정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다운 증후군 아이와 함께 한 나는 누구보다 더 큰 감동을 느꼈다. 비록 그 생김새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만 그 안의 따뜻한 마음씨는 어느 누구보다 빛이 났으니까 말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다운 증후군 아이를 보면 멀리하는 편이다. 우선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도 해서 그러겠지만 본인 스스로가 그 아이들을 멀리 느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일반인들의 편견과 선입견일 것이다.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을 멀게 느끼고 아니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항상 봉사활동을 가면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아이들도 여러분들이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한번 보면 거의 다 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들을 멀리하는지 아님 싫어하는지 다 눈치를 챈답니다.”
이 말을 듣고 정말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일 뿐인데 이런 위치에 서야 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장애인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갖춰야 하는 것인가?
우리 주변에는 진정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외면하는 순간 그들은 곧 사회 밖으로 그 자신을 밀어내고 만다. 그들을 진정 장애라는 장벽 안에서 묶고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이 아니라 이 사회의 시선인 것이다. 지나가는 장애인에게 한번 눈길을 주는 것이 바로 그들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한 번 일을 도와주는 것이 진정 그들을 위한 길인가? 아님 그보다 먼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것이 진정 그들을 위한 길인가? 우리는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