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모 TV 방송국에서 보도된 '엄지족'에 관한 화면을 보면서 나로서는 아쉬움과 걱정이 교차되는 느낌이었다. 가뜩이나 핸드폰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마찰이 자주 일어나는 실태를 연상하면서 다양한 전자 기기와 전자 학습 도구가 과연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끔 생각에 잠겨 본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옛날과 지금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자 학습 도구들이 없었던 시절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 온갖 심혈을 쏟아 학습에 임했다. 오늘날 학생 역시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전자 학습 도구와 같은지 그릇된 것인지 비교하면서 청취한다.
게다가 다양한 학습지와 학원 교사에게서 배운 내용이 다를 때 교사에게 서슴없이 질문을 하는 등 학습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면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교사의 가르침이 전자 학습 도구와 그 외 기타 학습지도와 다를 때는 교사의 가르침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라, 전자 장비나 학습도구를 더 우선시 여기려는 그릇된 사고는 학생들의 즉흥적이고 쾌감적인 영웅심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도 싶다. 그러기에 그들의 질문은 교사들을 평가하는 것 같은 교만한 태도로 일관되어 나타날 때가 많다.
이처럼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면서 다양한 자기 의견을 펼치는 세대들의 상상력은 학습에 얼마나 많은 영감을 던져줄까? 그 통계치가 없어 명확하게 말하기는 곤란하나 학교 현장에서 지금까지 겪은 바에 의하면 상상력은 뒤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마치 기계처럼 같은 말이 반복되는 앵무새의 소리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 지금의 학생들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보급국으로는 세계의 왕자 위치를 차지하고도 남을 정도인데, 한국의 전자 학습 도구는 청소년들의 교육에는 얼마나 많은 결실을 보고 있을까? 그리고 이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인터넷으로 인해 의식은 건전하게 형성되고 있는가? 진단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닌 듯싶다.
학교가 무너진다고 외치는 이면에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게임이나 영화를 보면서 늦게 잠을 청해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에 와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이 많다는 모순적인 현실이 존재한다. 또 학교 공부로는 만족을 못해 학원에 갔다가 새벽에 귀가하는 학생들도 수면이 부족하여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형상을 보인다. 이 현상이 바로 엄지족들의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들은 눈만 뜨면 핸드폰에서 쉴 사이 없이 버턴을 눌러댄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주도적으로 실시한 EBS 대수능 방송을 실시한지 몇 년이 되었는가? 그 방송이 지금은 유야무야 한 상태로 지나가고 있는 것도 인터넷 방송의 실패의 한 요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진정 학생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학습에 도움을 받으려고 하기보다는 이것을 이용해 게임이나 쾌락적인 것에 탐닉하려고 하는 경향이 짙다. 심지어는 단 하루도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터넷 중독증에 빠진 학생도 많다는 보도는 이미 몇 차례 있었던 바다.
엄지족이 갖는 문화공간은 핸드폰, 인터넷, MP3, 문자로 메시지 보내기 등으로서 이들이 활동하는 영역이 점점 좁아져 가고 있다. 개인이 그룹화되어 그 속에서 살아가려는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자기 자신의 영역에서 살아가려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기계문화가 낳은 산물이다. 이들이 생활하는 영역이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화됨에 따라 기계를 더욱 더 만지면서 그 기계 속에서 자꾸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마치 새로운 친구를 만나서 좋아하는 것과 같은 형식을 취한다.
지금 학교에서 엄지족에 대한 교육은 방치된 상태가 아닌지. 전자 도구들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안을 학교의 교사와 가정의 부모님들이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심코 넘어가 방치되는 듯한 이들의 전자문화가 쉬는 시간 수업시간 가릴 것 없이 무분별로 이루어지는 행태를 이대로 보고야만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는 없는지. 진정 학생들이 학교에서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이들이 친구들과 따뜻한 인간적인 대화를 하지 않을까? 쉬는 시간이 쥐죽은 듯 고요한 것은 이들이 교실에서 핸드폰으로 게임하고 그렇지 않으면 잠자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건전한 교실문화라고 보고만 넘겨야만 할까?